경제활동 기반을 형성하는 '기반시설' 가운데 하수도는 '환경기초시설'로 중요한 '사회간접자본(SOC)'이다. 하수도는 수도관, 전기선로, 통신선로 등과 같은 핵심 지중 시설인 하수관과 하수처리시설로 구분할 수 있다.
가정이나 공장에서 배출된 하·폐수를 하수관로로 수집·이송한 후 하수처리장에서 깨끗하게 처리한 후 하천에 방류함으로써 위생적이고 쾌적한 생활환경 조성은 물론 도시 침수피해를 줄임으로써 인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안전한 도시 형성에 기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76년 최초 하수종말처리장인 청계천하수처리장을 건설한 이래 지속 확장해 국민의 공공보건·위생 환경 개선과 하천·강 수질 개선으로 선진국 수준 하수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하수처리시설은 사용 가능한 수명이 점차 줄고 있다. 기후변화, 탄소중립과 같은 대내외 환경변화와 하수도에 대한 시민의 무관심, 하수도 기술인력 부족 등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다. 후대에도 온전한 하수도 서비스 제공이 지속 가능할 지에 대한 고민은 앞서 경험한 서구권 국가만이 아닌 우리에게 당면한 현실이다.
미래에 전개되는 하수처리시설 성능개선과 재건축사업을 할 때 다음과 같은 비전과 전략적 관점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첫째, 지금까지 우리가 구축한 하수도 관련 경험과 지식을 후대에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발전시킬 환경과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즉, 고도성장기에 기반한 초기 하수도시설 구축 환경과 인구감소와 고령화, 시민의 하수도 분야 무관심, 하수도 기술인력 부족 심화, 지자체 하수도 담당 직원의 감소와 사기 저하, 하수도 관련 연구 역량 감소, 국내 하수도 산업의 정체 등은 앞으로 도래할 시대의 당면과제다. 하수도 분야도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 자체가 큰 도전이 될 것이다.
둘째, 인구소멸 지자체의 전반적 재정자립도 저하 및 하수도 요금 징수 부족으로 하수도 경영악화 환경에 능동적 적응력을 키워야 한다. 하수도 보급이 전국적으로 포화된 상황에서 전략적 자산관리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생애주기형 시설물 최적관리기술 도입과 민간의 창의성과 협업을 기대하는 차세대 민간투자사업 발굴도 절실해 질 것이다. 또, 향후 하수도 시설물 재건축 사업은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고 재정이 열악한 중소규모의 지방정부는 감당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중앙정부의 재정 부담을 완화하는 충당금 제도 도입과 정교하고 창의적 중·장기 재정계획수립이 필요하다.
셋째, 기후변화, 탄소중립, 순환경제, 신규 수자원 리스크 등 새로운 메가트랜드에 선제 대응할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재생에너지 기반 에너지전환 가속화를 적극 수용하고 정보통신기술과 인공지능, 디지털전환 등 영역파괴형 신기술을 통해 새로운 연계산업으로 진화해야 한다.
넷째, 중앙정부·지자체·민간기업 전문가 등 다양한 하수도 이해당사자들의 협업과 지혜를 모아 미래세대를 위한 새로운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하수처리구역의 축소 문제, 하수도 서비스 및 요금의 지역간 차별화, 광역화를 위한 거버넌스 구축 부진 등 민주적 절차에 의한 새로운 거버넌스를 확립해야 하수도 분야도 소모적 갈등으로 인해 퇴보하지 않을 것이다.
일본은 2005년 하수도의 100년 미래상을 내다보고 '하수도 비전 2100'을 도출하고, 후속으로 2014년 '신하수도 비전' , 2017년 '신하수도 비전 가속화 전략' 등을 제시했다. 우리가 향후 하수도 분야에서 넘어서고 싶은 흥미로운 이정표다. 모든 혁신은 아주 일상적이고 평범한 것에서 시작되는 터닝포인트가 쌓여 만들어짐을 명심해야 한다.
오재일 중앙대 사회기반시스템공학부 교수 ohjeill@c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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