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요동치는 글로벌 유니콘…잠자는 국내 유니콘

글로벌 투자 시장에서 유니콘이란 이름은 다시 귀한 이름이 됐다. 지난 3분기 글로벌 기준 신규 유니콘 기업 수는 분기 기준으로 2016년 이후 가장 적게 나왔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츠도 지난 3분기를 기점으로 신규 유니콘 감소는 물론 세계 유니콘 총 수가 곧 감소하기 시작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CB인사이츠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 세계 글로벌 유니콘 기업 수는 1220여개다. CB인사이츠는 이들 유니콘 상당수가 자본시장 경색으로 인해 2021년 수준의 기업가치에 근접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기업가치 31억달러를 인정받았던 사이버보안 분야 유니콘 사이버리즌(Cybereason)은 최근 투자에서 기업가치 약 90%를 잃었다. 노르웨이에 본사를 둔 온라인 소매 식품 스타트업 Oda 역시 한때 12억 달러에 달하던 기업가치가 지난해 말에는 3억5000만달러로 약 70% 이상 하락했다.

아예 문을 닫은 스타트업도 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베조스가 투자해 투자시장 관심을 받았던 스마트 물류 스타트업 콘보이(Convoy)는 지난달 폐업했다. 폐업 직전 기업가치는 38억달러였다. 2021년 40억만달러 기업가치를 인정 받았던 헬스케어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올리브(Olive)도 지난달 문을 닫았다.

유니콘을 졸업해 명실상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기업도 많다. 2020년 유니콘 가운데 기업가치 최상위에 이름을 올렸던 디디추싱, 에어비앤비, 콰이쇼우, 인스타카트 등은 이미 회수에 성공해 유니콘 명단에서 빠진지 오래다. 2018년을 기준으로 범위를 넓히면 기업가치 최상위 10개사 가운데 아직도 유니콘이란 이름을 달고 있는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다.

아직도 유니콘 명단에 건재하게 이름을 올리고 있는 틱톡 운영사인 바이트댄스 기업가치는 2020년 1440억달러에서 지난달 기준 2550억달러, 스페이스X는 같은 기간 기업가치가 460억달러에서 1500억달러로 증가하며 투자시장의 기대를 여전히 받고 있다.

하지만 정작 국내 유니콘 명단은 큰 변화가 없다. 기업가치가 명확히 공개되지 않은 것은 물론 활동이 없는 기업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옐로모바일이 아직도 유니콘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상장 연기 이후 적자를 거듭하는 컬리 역시 최근 6000억원대 기업가치로 장외에서 주식이 거래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유니콘으로 꼽힌다. 정부 주도 유니콘 육성 정책이 남긴 폐단의 하나다.

벤처투자업계 안팎에서는 애당초 시장 기업가치를 바탕으로 정부가 기업 성과를 평가한 것부터 문제라고 지적한다. 장외 사모시장은 물론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 회수 시장이 발달한 실리콘밸리와는 스타트업 생태계가 크게 다른 만큼 기관투자자 중심의 기업가치가 참고 지표 이상이 되어선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유니콘 중심의 벤처 정책은 비상장 스타트업에 대한 시장의 가치평가를 그간 정부가 직접 나서 인증해준 것이나 다름 없었다”고 평가하면서 “일자리 창출이나 연구개발(R&D)에 따른 파급력 등 투자 유치에 따른 기업의 실질적인 성장과 기대 효과를 중심으로 정책을 펼쳐야한다”고 조언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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