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권의 에듀포인트]〈28〉SW교육이 지속 가능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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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권 이티에듀 대표

“고등학교에 올라와서는 코딩 공부를 할 시간이 없어요. 소프트웨어(SW)교육이 재미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의미도 없고요.”

일반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학생의 말이다. 이 학생은 초등학생 시절 여러 캠프 등을 통해 SW교육을 접했다. 집 근처 SW교육 학원에 다니면서 코딩을 배우기도 했다. 중학교에 진학해서도, 방과후수업이나 관련 동아리에 참여해 SW교구를 활용해 코딩도 하고, 메이커 활동도 했다.

이러한 초·중학생 시절을 통해 코딩이 재밌어졌고, 미래 진로를 SW분야로 정했다. 대학도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해 전문적으로 SW 개발 분야를 공부하고 싶었다. 그러나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는 그동안 재미있던 코딩도, 메이커 활동도 모두 중단했다. 대학 입시를 앞 둔 상황에서, 대학 진학에 아무 도움이 안되는 코딩 공부를 계속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나라 SW교육의 현주소다. 한때 '국·영·수·코(코딩)'라고 불릴 만큼 SW교육 열기가 높았지만, 지금은 옛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SW교육은 어렸을 때 잠깐 하고 마는 태권도나 피아노 교육처럼 된 셈이다. 아니, 태권도나 피아노는 예체능 입시가 있어, 소질이 있고 재미있어 하면 고등학교에서 계속 할 수 있다. 한마디로 SW교육은 대학입시에서 의미가 없어 한 때 유행이 되고 만, 교육이 됐다.

정부는 디지털 인재 양성을 위해 많은 예산을 들여 '디지털새싹' 등 다양한 SW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교육 프로그램 품질도 상당히 우수하다. 일회성 교육이 아닌, 지속적인 교육이 이뤄지도록, 소외계층없이 누구나 SW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제도도 도입한다.

대한민국 상당수 초등학생은 거주하는 지역이 어디든, 환경이 어떠하든 고품질 SW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교육을 받은 학생 중 일부는 SW교육에 흥미를 갖게 되고, 미래 SW전문가 되는 꿈을 꾼다. 정부는 SW교육을 중학교, 고등학교로 확산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이러한 노력으로 상당수 중학교에서 SW교육을 다양하게 수업에 접목해 실시한다.

문제는 고등학교다. 일부 고등학교에서 동아리 활동 교육 등으로 SW교육을 하고 있지만, 소수 학생 대상으로만 이뤄진다. 고등학교에서 SW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보다 앞서 언급한 사례와 동일하다. 현 대학입시는 수시든, 정시든 교과목 성적 중심으로 이뤄진다. 수시는 학교 내신, 정시는 수능 성적이 좌우한다.

몇 년 전 SW중심대학 제도가 도입되는 초기만해도, SW만 잘해도 명문대 갈 수 있다는 언론보도가 줄을 이었다. 실제 고려대·성균관대·서강대 등 많은 SW중심대학이 SW역량만 평가해 학생을 선발하는 SW특기자 전형을 운영했다. 이제는 SW특기만을 평가해 학생을 선발하는 SW특기자 전형은 전무하다.

대학 진학을 인생 최고의 목표로 여기는 우리나라 고등학생에게 이런 상황에서, SW교육을 받는데 시간을 할애하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당장 내신이나 수능 성적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과목이 아닌 다른 과목을 공부하라는 말은 꺼내기조차 어렵다. 초·중학생때까지 SW인재로 성장하던 아이도 고등학교에 오면 주변 아이와 마찬가지로 입시과목 공부만을 위해 살아가는 평범한 아이로 바뀐다.

우리나라가 SW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SW만 잘해도 좋은 대학을 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그래서 초·중학생 때까지만이 아니고, 고등학생 때도 SW인재로 성장하게 해야 한다. 수시 전형에 SW특기자 제도를 부활, 확대해야 한다. SW를 좋아하고 잘하는 학생이 좋은 대학에 진학해 우리나라, 세계를 대표하는 SW인재로 거듭나야 한다. 그런 SW인재가 있어야 우리나라가 발전한다.


신혜권 이티에듀 대표 hksh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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