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권의 에듀포인트]〈29〉의대열풍, 이대로 괜찮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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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권 이티에듀 대표

“의대 진학한다고 또 수능을 준비한다네요. 그럼 삼수를 하는 건데. 그래도 괜찮은 공대에 붙었는데.”

“애가 다니던 대학을 휴학하고, 의대 간다고 반수를 시작했어요.”

최근 너무나 자주 주위에서 듣는 얘기다. 실로 어마 어마한 의대열풍이다. 언제부터 우리나라 대학입시에 의대가 이렇게 핫 이슈였던가. 이제는 명문대 의대를 가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판이다. 그것이 불법만 아니라면. 왜 이렇게 사람들이 의대에 집중하게 됐을까.

얼마전 초등학생들에게 장래직업으로 의사를 선택한 이유를 물은 설문조사 결과가 언론에 보도됐다. 초등학생 답변은 '경제적 이유'이다. 2022년 조사 결과, 의사를 희망하는 초등학생 중 30.1%가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것 같아서'라고 답했다. 이는 2018년 조사 대비 15.4%포인트(P)나 늘어난 수치다. 실제 의대 진학 열풍이 '의사가 돈을 많이 벌기 때문'에 일어난 것은 모두 다 아는 얘기다.

이는 의대생들이 졸업 후 선택한 진로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요즘 심심치 않게 언론에 보도되는 '소아과 오픈런'이 있다. 엄마들이 아이가 아플때 소아과를 가기 위해 아침시간부터 달려간다는 얘기다. 이유는 소아과 의사가 매우 적기 때문이다. 의대생들이 소아과는 돈이 안되기 때문에, 진로로 선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의료 산업을 이끄는 의과학자가 전무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반면 돈을 잘 버는 성형외과, 피부과는 병원이 넘쳐난다.

실제 우리나라 진료 분야는 세계적 수준이다. 그러나 진료를 위해 사용되는 의료기기, 제약, 의료용품 등은 대부분 외국산이다. 예를 들어 로봇수술 능력은 우리나라 의사가 세계적 수준이지만, 수술로봇은 우리나라가 전혀 만들지 못한다. 금융서비스가 세계적이면, 금융시스템도 세계적인데. 의료 분야는 그러하지 못한게 아이러니하다.

우리나라 1% 인재에 해당되는 의대생들이 모두 진료의사만을 진로로 선택한다. 우리나라에서 세계적 연구병원이나 제약사, 의료기기 기업이 탄생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1% 인재들이 진출한 의료분야에서 노벨상 후보가 거론된 적도 없는 듯 하다.

국내 대형병원 수익현황을 들여다 봐도 알 수 있다. 대형병원 수익 구조는 상당수가 진료수익 중심이다. 연구개발 수익은 매우 적다. 몇 년 전 우리나라도 연구중심병원을 육성하겠다고 많은 예산을 들여 육성 병원을 지정 했지만, 아직까지 큰 성과는 없다. 진료 의사가 아닌 연구중심 의사로 직업을 선택하는 사례가 매우 적은 것도 하나의 원인이다.

진료의사로 미래 직업을 선택했다는 것이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의대열풍 속에 대한민국 1% 인재들이 의대에 진학하는데, 그들의 진로가 진료의사에만 국한된다는 것이 안타까운 일이다. 의료기기, 바이오, 의료연구 등은 여전히 세계적인 수준과 거리가 멀다는 점도 아쉬울뿐이다.

이는 현 의대입시 제도와도 연관이 있다. 사람을 치료하든, 의과학을 연구하든 의대에 입학하는 학생은 오로지 하나의 기준으로만 평가해 선발한다. 바로 성적이다. 내신이든, 수능이든 국어·영어·수학·탐구 등의 성적만으로 1등부터 꼴등까지 줄 세워 학생을 선발하는 입시 제도가 문제다.

'에듀플러스' 보도에 따르면 김하일 KAIST 의과학대학원 학과장은 의대 입세체계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제대로 된 의학교육을 위한 학생 선발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의대는 학부를 졸업한 후 진학한다. 의대를 지원하고 싶은 학생이 의사가 되기 위한 최소한의 지적 수준을 갖추면 그때부터 더 중요하게 평가할 것은 의학을 공부하고 싶은 이유다. 김 학과장은 지금의 학생들에게 경제적 이유로 의대진학을 꿈꾸지 말고,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의대진학을 꿈꾸라고 충고한다.


신혜권 이티에듀 대표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