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인구구조에 변화가 생기면서 이에 부합하기 위한 각 산업별, 기업별 대응이 빨라지고 있다. 이는 가장 보수적이며 전통적인 산업 부분 역시 마찬가지로, 보험업계 역시 이러한 흐름을 피할 수 없는 분위기다. 국내 보험산업은 이미 포화상태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2019년에 발표한 보험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가구당 보험가입률은 98.2%, 개인별 보험가입률은 95.1%에 달하는 상황이다. 이들 수치는 거의 100%에 가까운 상황으로 국민 대부분이 보험에 가입돼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GDP 대비 보험료 비중을 나타내는 보험 침투율 또한 2021년 기준 10.9%로 세계 8위의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물론 최근의 경우 코로나로 인해 급격히 풀린 유동성 자금이 보험시장의 성과들로 이어져 잠시 특수를 누리기도 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코로나 특수 현상도 끝나가는 분위기이다.
신규 소비자들의 특성 변화도 보험업계에는 위기요인으로 꼽힌다. 전통적인 보험 산업은 보험모집인·설계사를 중심으로 한 판매가 주요한 수단이었다. 하지만 MZ세대를 비롯한 기존 세대들조차 점점 온라인을 활용한 소비가 전방위적으로 넓어지고 있다. 언택트 채널의 부상, 빅테크·핀테크의 보험업 진출 확대 등의 영향은 보험업계에 변화를 강요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2023년부터 새로운 보험계약 국제회계기준과 이에 따른 감독기준인 신지급여력제도가 전면 시행됨에 따라 보험사 회계처리 방식뿐만 아니라 상품전략·자산운용 및 자본·리스크 관리 등 보험사 경영 전반에도 큰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상황 변화 속에서 보험업계의 새로운 활로 모색의 방안으로 임베디드 보험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임베디드 보험은 보험업 밖의 상품이나 서비스에 보험상품 내지 서비스가 내재돼 판매되는 보험이다. 일례로 자동차나 각종 전자제품을 구입했을 때 품질보증보험이 가입된 채 판매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이러한 경우가 대표적인 임베디드 보험에 해당한다.
이러한 임베디드 보험은 소비자가 직접 보험료를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을 구입할 때 제품 가격에 보험 관련 비용이 간접적으로 포함돼 있어 소비자들의 지불용이성이 높아진다. 본인이 지금 신규 보험에 가입하고 있다는 인식이 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성장 시대에 부합하는 보험상품에 해당한다.
뿐만 아니라 보험상품으로 신규 개발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보험대상에 대한 위험과 행태 등이 측정가능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IoT를 비롯한 각종 데이터 기반 환경들은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의 구매 이후의 이용 패턴 등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주고 있다. 이 역시 보험상품의 단위가 사람단위에서 제품단위로 판매하거나 제공할 수 있는 주요한 환경 변화로 꼽힌다.
특히 임베디드 보험이 활성화될 수 있는 기회는 보험 이외의 산업군에서의 수요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신규 디지털 제품들이 연이어 출시되고 있고, 이들 제품들은 서비스가 결부된 다시 말해 제조와 서비스가 융합된 형태로 제공된다.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할 때 최소한의 안전망을 만들고자 하는 기업들의 니즈 또한 높아지는 추세에 있다.
물론 국내 보험시장에서 임베디드 보험은 아직 초기단계지만 향후 다양한 소비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에 이에 따른 성장세와 사업모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제품과 서비스가 융합되어 제공되는 신시장은 오랫동안 보험업계가 찾고 있던 주인없는 땅에 해당함은 분명해 보인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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