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SW) 산업의 경쟁력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늘 기술과 인재, 시장을 논한다. 그러나 정작 그 경쟁력이 매일 만들어지는 현장, 즉 사업 하나하나의 대가 산정 테이블 위에서는 오랫동안 소외된 질문이 하나 있었다. 우리가 만드는 SW의 값은 제대로 매겨지고 있는가.
그 질문의 핵심에 기능점수(FP)와 개발단가가 있다. 기능점수가 SW를 통해 사용자에게 제공되는 기능의 규모를 재는 자라면, 개발단가는 그 자의 한 눈금에 매겨지는 값이다. 기능점수에 개발단가를 곱해 사업비를 정하는 이 방식은, 흔히 'FP단가' 방식으로 불리며 지난 수십년간 공공 SW 사업 대가 산정의 근간이 되어 왔다.
문제는 이 자와 눈금이 현장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데 있다. 특히 개발단가가 그렇다. 감사원 지적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2023년까지 10년간 개발자 임금은 80.5% 오르는 동안 개발단가는 10.9% 인상에 그쳤다. 임금과 단가 사이에 일곱 배 넘는 격차가 벌어진 것이다.

협회도 이 간극을 손 놓고 지켜본 것은 아니다. 지난 2024년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는 'SW사업 대가산정 가이드' 개정을 통해 기능점수 1점당 개발단가를 55만3114원에서 60만5784원으로 9.5% 올렸다. 코로나19 이후의 물가와 SW 기술자 인건비 상승을 반영한 가이드 공표 이래 역대 최대 폭의 인상이었다. 그러나 이 한 번의 큰 걸음으로도 십수년간 쌓인 간극을 온전히 메우기는 어려웠다. 오히려 그만큼의 인상이 필요했다는 사실 자체가, 그동안 현실과의 거리가 얼마나 벌어져 있었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간극이 이토록 벌어진 데에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 개발단가를 언제, 어떤 기준으로 갱신할지에 대한 정례화된 절차가 마련돼 있지 않다 보니 공표는 4~6년마다 비정기적으로 이뤄져 왔다. 임금과 물가 상승을 제때 반영할 길이 구조적으로 막혀 있는 셈이다. 여기에 산정 근거의 노후화도 겹친다. 개발단가를 이루는 원가 구성비나 산정 방식은 오랜 시간 큰 틀의 변화 없이 유지돼 왔고, 그 결과 현장의 변화 속도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십수년 전에 맞춰진 눈금으로 오늘의 몸값을 재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이 간극을 좁히려는 노력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낡은 잣대를 그대로 쓸 수도,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는 상황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KOSA는 2027년 2월까지 '개발단가 기준 정비 방안 연구'를 통해 원가 비중 현행화, 대안지표 산출, 단계별 보정계수 도입 등 구체적 개선 방향을 마련하고 있다. 나아가 다른 산업처럼 개발단가를 정기적으로 갱신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일도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이 작업의 목적은 하나다. 지금 이 순간 현장에서 실제로 투입되는 인력과 노력을, 지금의 기준으로 정직하게 계산해 내는 것이다.
그런데 이 정직한 계산 작업에 최근 낯선 변수 하나가 끼어들고 있다. 바로 인공지능(AI) 에이전트다. 발주처 일각에서는 AI를 활용하면 개발 생산성이 오를 텐데 그렇다면 사업 대가도 낮아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언뜻 합리적으로 들리는 이 주장에는 그러나 결정적인 전제가 빠져 있다. 지금 이 생산성 상승분을 누가, 어떤 방법으로, 얼마나 정확하게 측정했느냐는 것이다.
현장의 실제 사정은 이 주장과 정반대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다. AI가 코드를 빠르게 생성해 준다 해도, 그 결과물의 오류를 검증하고 할루시네이션을 걸러내는 데에는 오히려 더 숙련된 고급 인력이 상시로 투입돼야 한다. 겉으로 드러난 속도의 이면에 보이지 않는 검증의 품이 새로 쌓이는 것이다. 게다가 현행 체계는 AI 도구 라이선스나 클라우드 인프라처럼 새로 생겨난 비용 구조를 개발단가에 아예 담지 못하고, 사업 특성이나 개발 단계별 차이를 무시한 획일적 단일 단가를 적용해 오히려 AI·AX 사업을 역차별하고 있다.
AI 사업의 전체 주기를 온전히 경험한 사례 자체가 아직 드문 지금, 이른바 AI발 생산성 향상은 검증된 숫자가 아니라 기대와 추정의 영역에 머물러 있다. 축적된 데이터도 합의된 측정 방법론도 없는 변수를 대가 산정에 성급하게 밀어 넣는 순간, 우리는 현실화라는 이름으로 오히려 대가 체계를 왜곡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그래서 지금 진행 중인 소프트웨어개발생산성 연구와 AI발 생산성 논의는 분명히 구분해서 다뤄야 한다. 지금의 연구는 현재의 개발 방식과 인력 투입 구조를 있는 그대로 측정해 지금까지 쌓인 현실과의 간극을 메우는 작업이다. 반면 AI 에이전트 활용으로 앞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생산성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변화다. 이는 지금의 조사가 책임져야 할 몫이 아니라, 충분한 사례와 데이터가 쌓인 뒤 별도의 연구를 통해 검증하고 반영해야 할 다음 단계의 과제다. 하나는 이미 벌어진 간극을 메우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아직 오지 않은 변화를 준비하는 일이다. 순서를 바꾸면 두 문제를 하나로 뭉뚱그리게 되고, 그 결과 어느 쪽도 제대로 풀리지 않는다.
이는 AI를 외면하자는 이야기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다. AI가 실제로 개발 현장의 생산성을 얼마나, 어떻게 바꾸는지는 앞으로 우리 산업이 반드시 규명해 내야 할 중요한 과제다. 다만 그 규명은 지금 우리 눈앞의 사업 대가를 깎기 위한 근거가 아니라 축적된 실증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음 조사 주기에 신뢰 있게 반영될 별도의 연구 영역으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 KOSA 역시 산업 현장에서 AI 활용 실태와 그로 인한 작업 변화를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향후 생산성 조사에 참고할 수 있는 현장 데이터를 축적해 나갈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두 가지 과제를 순서대로 풀어가는 태도다. 먼저 현재의 개발 방식을 기준으로 개발단가를 현실에 맞게 조정하고 그 갱신을 정례화하는 일을 매듭짓고, 그 다음 AI가 만들어 낼 변화를 충분한 시간을 두고 검증해 반영하는 것이다. 이 순서가 지켜질 때 비로소 기능점수와 개발단가는 이름 그대로 현실을 담는 숫자가 될 수 있다. SW산업의 경쟁력은 계약서 위의 정직한 숫자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한다.

조준희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 협회장 jhjoh@sw.or.kr
〈필자〉 2001년 유라클을 창업해 25년 동안 대표이사직을 수행하고 있는 AI·SW 기업가다. 2021년부터 법정단체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 제18·19·20대 회장을 연임하며 AI·SW산업 발전과 생태계 개선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산업AX생태계분과 위원장, 피지컬 AI 얼라이언스 의장, K-AI 파트너십 의장 등 산업 발전을 위해 활발한 정책활동을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