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IST, 초소형 나노 진공관 트랜지스터 개발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총장 국양)은 허수진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박사와 장재은 교수팀이 초소형 나노 진공관 트랜지스터를 개발했다고 1일 밝혔다.

대기압에서 극한의 외부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고 안정적으로 동작하기 때문에 향후 항공우주, 인공지능, 6세대(6G) 통신, 자율주행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의 획기적인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초의 전자소자인 진공관은 전기신호를 스위칭, 증폭 및 정류하는 데 사용되는 장치였다. 최초 컴퓨터인 애니악, 라디오, 텔레비전 등 각종 전자기기에 이용되는 주요 부품 중 하나였다. 현재까지도 높은 주파수, 큰 전력용도가 요구되는 일부 특수분야에서 사용되고 있지만 높은 전력소모, 높은 발열, 큰 부피(낮은 집적도)로 인해 대부분 고체 상태인 실리콘 기반 반도체 트랜지스터로 대체됐다.

하지만 실리콘 기반의 반도체 트랜지스터는 물질 특성상 동작속도 한계가 있고, 외부환경에 민감해 특성이 쉽게 변하거나 소자가 영구손상되는 문제가 있다. 다양한 응용을 위해 새로운 물질, 새로운 동작원리를 갖는 새 전자소자 개발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Photo Image
허수진 DG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박사(왼쪽)와 장재은 교수

연구팀은 과거 진공관 원리와 현대의 반도체 생산 기술을 결합한 초소형 나노 진공관 트랜지스터를 개발했다. 실리콘 기반 반도체 트랜지스터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어있는 상태인 진공을 채널(전자 수송의 매개체)로 이용하고, 양자역학적 터널링 현상을 동작원리로 갖는 나노 진공 트랜지스터를 개발했다.

나노 공정기술을 이용해 진공 소자를 약 10억분의 1m 크기로 초소형화했다. 또 진공 보호막 형성 기술을 개발해 약 100경분의 1ℓ로 부피를 극소화한 초소형 진공관을 개발, 트랜지스터를 안정적으로 동작시키도록 설계했다.

Photo Image
극한의 외부환경에 안정적인 소자 특성 및 개념도

연구팀이 개발한 초소형 진공관은 대기압 상태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높은 품질의 진공도를 유지했다. 이 장치가 접합된 나노 진공 트랜지스터는 특수한 장치없이 다양한 극한 조건에서 동작 가능했다. 특히 -173~120°C의 넓은 온도 범위 및 X-레이, 자외선 등 극한 외부환경에도 안정적으로 동작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나노 진공관 트랜지스터는 기존의 CMOS 반도체 공정과 호환성이 높고 간단한 방식으로 제작할 수 있어 기존 반도체 기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 차세대 전자 소자로 응용이 기대된다.

장재은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개발한 초소형 나노 진공관 트랜지스터는 진공 소자 실용화의 장벽을 낮출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라며 “기존 반도체 기술 대체뿐 아니라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도 관련 기술을 꾸준히 연구하고 있어 최근 부상한 항공우주분야와 광범위한 차세대 전자소자에 중요한 해결책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산학과제 지원으로 이뤄진 이번 연구성과는 최근 국제학술지 'ACS NANO'에 온라인 게재됐다.


대구=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