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RN LHC 실험 성과로 국제 공동연구팀 수상
국내 반도체 기술 기반 검출기 개발 등 핵심 역할 인정

인하대학교(총장 조명우)는 권민정·윤진희 물리학과 교수, 조재윤 박사과정 학생 등이 참여하는 국제 대형 핵물리 실험팀 'ALICE'가 '2025년 브레이크스루상'을 공동 수상한다고 9일 밝혔다.
브레이크스루상은 2012년 실리콘밸리 기업가들의 후원으로 제정된 세계적 권위의 과학상이다. 매년 물리학, 생명과학, 수학 분야에서 인류 지식의 경계를 넓힌 연구자들에게 수여하며, '과학계의 오스카상'이라 불릴 만큼 명성이 높다.
2025년 브레이크스루상은 CERN 대형강입자충돌기(LHC)에서 활약한 4대 국제 공동실험팀(ALICE, CMS, ATLAS, LHCb)에 돌아갔다. 이들 팀 소속 수천 명 연구자가 공동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ALICE팀의 수상은 LHC에서 2015년~2018년 진행된 Run 2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학술성과를 인정받은 결과다.
ALICE 실험은 우주 탄생 직후 존재했던 쿼크-글루온 플라즈마(QGP)를 연구한다. 고에너지 핵충돌을 통해 초기 우주의 상태를 실험실에서 재현하고, QGP의 성질을 정밀하게 분석해왔다. 특히 LHC Run 2 기간 동안 고에너지 납-납(Pb-Pb) 충돌을 통해 QGP가 완벽한 유체처럼 흐른다는 사실을 명확히 확인했고, 무거운 쿼크(charm quark)로 이뤄진 입자들의 생성량과 플라즈마 내 에너지 손실 및 재결합 과정도 밝혀냈다. 또 QGP가 형성되지 않을 것이라 여겨졌던 소규모 충돌(양성자-핵 충돌)에서도 유체적 흐름이 나타나는 현상을 발견해 우주 초기 상태에 대한 새로운 논의를 이끌었다.
ALICE팀은 희귀한 입자와 반입자의 생성, 중입자 간 상호작용 실험 등 다양한 연구를 통해 물질의 근본적 구성과 우주 기원에 대한 이해를 크게 넓혔다.
권민정 인하대 교수는 한국 ALICE 실험팀 대표로, 검출기 개발과 데이터 분석 등에서 핵심 역할을 맡아왔다. 특히 국내 반도체 기술을 활용한 고에너지 핵물리 검출기 개발, 차세대 실리콘 검출기(ITS3 프로젝트) 개발, 고온핵물질 환경에서의 중입자 생성량 분석 등에서 실질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인하대를 중심으로 국내 여러 대학과 연구기관이 ALICE 3 실험 등 차세대 프로젝트에도 적극 참여 중이다.
권민정 교수는 “ALICE팀은 실험 기술, 데이터 해석, 이론과의 연계 등 다학제적 협력을 통해 현대 고에너지 핵물리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며 “이번 수상은 한국 ALICE 실험팀을 비롯한 전 세계 연구자들의 오랜 노력의 결실이다. 앞으로 우리 젊은 연구자들이 세계 최첨단 연구에 참여할 수 있는 큰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천=김동성 기자 est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