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미국 등 해외에서도 구글·넷플릭스 등 거대 콘텐츠 기업(CP)에게 망 공정기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유럽 20개 통신사들은 최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와 유럽 의회에 망 공정기여 법안 논의에 속도를 내달라며 공동서한을 발송했다.
20여개 통신사에는 영국 BT, 프랑스 오렌지, 독일 도이치텔레콤, 스페인 텔리포니카 등 글로벌 유력 통신사가 대부분 포함됐다. 이들은 거대 트래픽 생성기업(LTG)에 대한 망 이용대가 공정 협상의무를 부과하는 법안을 지지하고 있다.
20개 통신사 대표는 “미래의 투자가 심각한 부담에 놓여 있으며, 이를 지키기 위해 망 이용대가와 관련한 규제가 필요하다”며 “가장 많은 트래픽을 유발하는 기업들이 망 인프라에 공정하고, 비례적인 기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인터넷 트래픽은 매년 20~30%가량 증가하는데, 이는 '손에 꼽히는' 소수의 빅 테크들 때문”이라며 “지금처럼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는 빅 테크들이 투자를 하지 않고, 사실상 아무런 대가도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EC는 4분기 중으로 망 공정기여 관련 법안 초안을 공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 통신사들은 EC가 데이터트래픽 발생상위 기업을 LTG로 지정하고 이들에게 통신사와 망 이용대가 협상 의무를 부과하는 법안을 제안했다. 협상이 결렬될 시에는 EC가 지정한 제3의 중재기관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한다. 한국의 법률안처럼 망 이용대가 자체보다는 '공정 협상'에 초점을 맞춘 법안이다. 유럽 통신사의 공동성명은 EC의 법안 공개를 앞두고 강력한 지지활동을 통해 힘을 실으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인터넷 공정(FAIR)기여법이 발의됐다. 공정기여법은 통신사와 CP간 직접적 협상보다는 CP가 망 투자를 위한 기금에 기여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미국은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법안 입안을 위해 기초 데이터를 조사하도록 하는 절차를 넘어 직접 기금 부과를 위한 법안 발의와 논의단계 수순을 밟고 있다.
한국은 국회에서 망 이용대가 공정협상 의무를 명시한 8개 법안이 발의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연말 서울대공익법센터에서 운영한 포럼 결과를 토대로 망 이용대가 정책 방향을 정할 방침이다.
박지성 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