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중학교 2학년생들이 응시하게 될 2028학년도 수능부터 수학과 탐구과목의 선택과목이 폐지된다. 이공계 대학 현장에서는 선택과목의 부작용을 없애는 동시에 첨단인재 양성 목표를 달성하는 통합이 되기 위해서는 적정 수준의 난이도가 확보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10일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2028학년도부터 국어와 수학, 탐구 영역의 선택과목 제도가 폐지된다.
현행 수능 사회 및 과학탐구는 17개 과목 중 2개를 선택해 응시하도록 한다. 이중 과학탐구는 물리학Ⅰ·Ⅱ, 화학Ⅰ·Ⅱ, 지구과학Ⅰ·Ⅱ, 생명과학Ⅰ·Ⅱ 등 8개 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현행 입시제도에서 선택과목 제도는 대학 입학 후 진로를 고려하기보다는 표준점수를 잘 얻기 위한 조합을 짜는 데 치중하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전자공학을 전공하고자 하는 학생이라면 물리Ⅱ를 선택하는 게 진로에는 맞지만, 점수를 얻기 쉬운 과목을 선택하는 것이다. 실제로 지구과학Ⅰ의 선택 비율은 33.7%인 반면 물리학Ⅱ의 선택 비중은 0.6%에 그친다.
대학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하는 이공계 교수들은 선택과목에 따른 부작용을 체감하고 있다. 이미 다수의 이공계 단과대학에서는 1학년 전공필수로 미적분, 물리 등을 가르친다. 때문에 이공계 교수들은 통합과학이 '하향 통합'일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임윤목 연세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최근 공대에 입학한 학생들 중에 물리·화학 Ⅱ를 배우지 않고 입학하는 학생들이 많아 문제가 되고 있다”며 “문이과 같이 사회와 과학 탐구로 하향 통합되는 것은 이공계 인재양성 관점에서 볼 때는 문제가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석학교수도 “수학과 과학을 선택하게 하면서 학생별 편차가 커졌기 때문에 통합과목을 도입하는 것은 맞는 방향”이라면서도 “대학에 와서 수업을 들을 수준의 수학·과학 지식을 갖추기 위해서는 통합과학 시험의 난이도가 고1 수준보다는 높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로 내신 과목이 세분화되는 만큼 심화 수업은 학교 수업에서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심민철 교육부 인재정책기획관은 “기초적으로 갖춰야 할 과학적 소양은 통합과학에서 측정하고, 심화는 내신에서 다양한 과목이 개설된다”며 “대학에서도 편식 없이 균형잡힌 관점을 갖고 들어온 아이들을 잘 기르는 게 중요하다는 관점이 있으므로 심화과학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교육부는 첨단인재 양성 관점에서 미적분Ⅱ와 기하 등은 절대평가로 시험을 보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심화수학이 선택과목으로 도입되더라도 공과대학 등을 중심으로 사실상 필수과목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심화수학이 채택되면 주요 대학이나 의약학계열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공통 과목 위주의 수능 개편이라는 취지에도 어긋나고 사실상 이과생들에게 필수 과목이 되므로 실시하지 않는 게 낫다”고 지적했다.
최다현 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