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386〉헤지호그(hedgehog)의 선택

우화. 교훈이나 원리를 설명하는 간결한 이야기를 말한다. 이것은 교훈문학(didactic literature)이라는 장르에 속하는 데 오랫동안 모든 연령과 문화 배경에서 가르침과 의사소통 도구로 쓰였다. 기원전 3000년 경 수메르 길가메시 서사시에도 우화가 있다. 어느 날 전갈이 개구리에게 강 건너편으로 데려가 달라고 했다. 개구리는 주저했지만 설마 강 한가운데서 자신을 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갈은 기대를 저버린다. 개구리는 둘 다 익사할 것을 알면서 왜 그랬는지 묻는다. 전갈은 이렇게 답한다. “이게 내 본성인 걸”이라고.

누군가 혁신은 손에 잡을 수 없는 무엇같다고 말한다. 하지만 어떤 이는 몇 마디로 그 정수를 잡아낸다. 마치 드러커가 기업의 목적을 열 단어로 된 한 문장으로 온전히 정의했다고 불리는 것처럼 말이다.

잭 웰치라면 어떨까. 웰치가 1등이나 2등이라는 목표를 정하기 전 고민하고 있던 질문이 있었다. 만약 어떤 사업에 아직 진출하지 않고 있다면 지금이라도 그 사업에 진출하겠냐는 것이었다. 단순해 보였지만 GE에 꼭 필요한 질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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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잭 웰치는 뉴욕시 5번가 피에르 호텔의 화려한 볼룸에서 연설을 했다. 자신의 1등 혹은 2등이라는 비전을 처음 제시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 투자자들은 심드렁하고 “도대체 뭐라는 거야”란 눈빛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식당에서 3개의 원으로 이 전략을 작은 냅킨에 그려보이게 된다. 웰치는 자신이 이것을 해냈다는 것에 무척이나 기뻤던 모양이다. 훗날 그는 이 순간에 대해 “나는 이 단순한 비전을 GE의 42개 전략사업단위 전체에 전달하기 위해 엄청난 시간을 소비해야 했습니다. 난 그 해결책을 1983년 1월 어느 날 냅킨에서 발견했습니다“라고 언급할 정도니 말이다.

이날 잭 웰치는 세 개의 동심원에 서비스, 하이테크(high technology), 코어(core)라고 써넣고 그 안에는 투자해야 할 사업과 원 밖에 고치거나 매각하거나 폐쇄해야 할 사업부를 명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원 3개짜리 그림은 단지 이것만 담고 있었던 건 아니었다. 물론 이 냅킨 위 그림을 그린 1983년 1월 생각하고 있던 지는 분명치 않지만 그는 이날 3개 원을 조금씩 중첩되도록 그렸다.

훗날 웰치는 '위대한 승리(Winning)'란 책에서 “이들 원이 중첩된 부분이야 말로 마법이 일어나는 곳입니다. 고객과 주주를 위해 가장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곳입니다. 예를 들어 제조부문이라면 기술과 중첩해 혁신적이고 효율적인 신제품을 개발할 수 있습니다”고 설명해 낸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를 쓴 짐 콜린스도 조직이 가장 잘하는 한 가지를 식별할 수 있다면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했다. 그리고 직원들이 진정으로 열정을 갖고 있는 것, 당신이 다른 기업보다 더 잘하는 것, 수익을 내기 가장 좋은 것이 모두 겹치는 부분이 바로 '전략적 최적 지점(sweet spot)'이라고 했다.

여기 또 다른 우화가 하나 있다. 여우와 고슴도치라는 것이다. 여우는 고슴도치를 잡고 싶어 매번 새로운 전략을 들고 나선다. 하지만 번번히 성공하지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선다. 왜냐하면 고슴도치는 여우를 향해 침을 단단히 세우면 여우가 어쩌지 못한다는 걸 잘 아는 탓이다.

당신은 경쟁기업에 번번이 낭패를 보고 있나. 그럼 당신도 이 '헤지호그의 선택'이란 전략을 한번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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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