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통신사의 통신요금 감면 규모가 지난해 1조2000억원을 돌파했다. 반면 가계통신비는 10년전에 비해 오히려 15% 감소했다. 국민에게 합리적 가격에 고품질 통신서비스 제공이라는 가치와 별개로, 고령화와 인구절벽이 현실화되면서 통신사의 성장 관점에선 먹구름이 짙어진다는 분석이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가 발간한 '이동통신 산업·서비스 가이드 2023'에는 통신산업과 관련한 다양한 현황과 데이터가 제시됐다.
SK텔레콤·SK브로드밴드, KT, LG유플러스 등 주요 통신사는 2000년부터 장애인·저소득층·고령층 등 취약계층에 대해 요금감면을 제공하고 있다. KTOA가 자체 집계하고, 국회입법조사처 등 데이터를 참고로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 통신사업 요금감면 금액은 1조2749억원으로 추정됐다. 구체적 요금감면 규모가 드러난 건 처음이다.
요금감면 금액은 2016년 4040억원에서 2019년 7871억원에 이어 2021년 1조1095억원으로 처음 1조원대를 돌파했다. 7년새 요금감면 규모는 3.2배 증가했다. 2018년 7월 만 65세 이상, 소득수준 하위 70% 이내인 '기초연금 수급자'에게 이동통신 요금 1만1000원을 감면하도록 한 정책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보편역무에 따른 직접 요금 감면 규모가 1조원을 넘는 산업은 통신이 사실상 유일하다. 통신사는 도서·산간 등 보편역무 제공, 주파수 할당대가를 통한 정보통신기술(ICT) 기금도 매년 수천억원씩 지불하고 있다. 이같은 관점에서 통신망을 이용해 방대한 수익을 창출하는 구글·넷플릭스·네이버·카카오 등 주요 부가통신사도 보편역무를 분담해야 한다는 논의가 국회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통신사 수익원인 가계통신비는 하락세가 지속됐다. 통계청 기준 통신요금과 단말·장비 등을 합친 가구당 월 가계통신비는 2013년 15만2800원에서 2022년 12만8200원으로 10년새 약 16% 하락했다.
이같은 통계를 종합할때 통신사는 보편역무 분담과 성장 정체라는 이중고가 드리우고 있다. 만 65세 이상 고령층 편입인구가 매년 100만명 가령 급속도로 증가하며 요금감면 부담이 높아지는 반면, 요금상품·신사업을 통한 성장은 정체 상태다.
2022년 통신 3사 평균 영업이익률은 7.9%로, 버라이즌(영업이익률 22.6%), KDDI(19.5%)에 비해 턱없이 낮았다. 네이버(15.9%), 삼성전자(14.4%) 등 타산업에 비해서도 낮은 수준이었다. 우리나라 통신 3사 평균 EBITDA 마진(세금·이자 등 제외영업이익)은 27.7%로 노르웨이(60.5%), 미국(37.8%) 등 주요 50개국 중 47위를 기록했다.
이외에도, 보고서는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의 통신품질 현황과 세계시장의 망 공정기여, 투자재원 확보를 위한 지원책·규제완화 흐름 등을 소개하면서 가계통신비 인하와 투자여력의 조화로운 정책을 주문했다.
KTOA는 “국가 경쟁력 근간인 통신산업의 지속적인 발전과 진흥을 위해 규제와 진흥의 조화로운 통신정책 수립과 시행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박지성 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