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 인류의 미래 바다에서 답을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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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형 한국해양과학기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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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예로부터 바다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왔다. 포경선을 타고 고래를 잡는 모습과 다양한 종류의 고래 그림이 새겨져 있는 울산 반구대 암각화, 원시인들이 조개를 까먹고 버린 껍데기가 쌓여 있는 패총 또는 조개무덤, 조개무지 등의 유적지가 그 증거다. 인류가 바다에 의존해 생활하고 있는 것은 지금도 다를 바 없다. 오히려 인구가 늘면서 바다는 경제성장의 초석이자 동력으로 관광과 스포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업과 연관성이 넓어지고 있다.

디지털, 탄소중립 등 대전환 시대를 맞아 해양과학 분야에도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과학기술 선진국은 디지털 전환을 선도하는 스마트 선박과 항만 기술, 해양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를 뜻하는 블루카본의 활용, 친환경 해양에너지 생산량을 확대하기 위해 확보한 기반기술을 실제 해역에서 실증하는 기술 등을 집중 개발한다.

정부도 지난해 12월 '해양수산 신산업 육성전략'을 발표했다. 5대 신산업 분야로 ①친환경·첨단 선박 ②스마트 블루푸드 ③해양레저관광 ④해양바이오 ⑤해양에너지·자원을 도출하고 약 15조원 수준인 5대 신산업시장을 2027년까지 30조원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식량 자원의 보고를 넘어, 바다에서 각종 에너지를 만들고 해양자원으로 바이오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바다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겠다는 구상이다.

◇ 해양바이오산업 육성으로 미래 성장 견인

바이오산업은 향후 10년 안에 세계 제조업 생산량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오메디컬 뿐 아니라 소재, 에너지, 식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장을 거듭해 글로벌 바이오 경제 실현도 머지 않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해양바이오산업이 국제 현안 해결과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될 것(Marine biotechnology, 2017)이라 전망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은 해양생물자원 확보와 해양바이오 인프라 구축에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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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 신산업 혁신전략

정부는 지난해 7월 '해양바이오산업 신성장 전략'을 발표하고, 해양바이오산업을 경제성장의 새로운 동력원으로 육성해 해양 선도국가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2027년까지 국내 해양바이오 시장 규모를 1조2000억원으로 확대하고, 해양바이오산업 고용 규모도 1만3000명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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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 신산업 혁신전략

우리나라 대표 종합해양연구기관인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도 지속적인 연구개발로 해양바이오산업의 육성에 기여하고 있다. 2021년 해양미세조류인 '스피루리나'에서 추출한 해양원천소재에서 소태아혈청 대체효능을 확인하고, 배양육을 만드는 스타트업에 기술을 이전했다.

'스피루리나'에서 추출한 기억력 개선 소재는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개별인정형 원료 인증을 받아 상용 제품 생산을 목전에 두고 있다. 유해 해양생물로 알려진 해파리 독에서 자가면역질환과 치매를 억제하는 물질을 발굴해 특허 등록했다.

2014년에는 세계 최초로 밍크고래 유전자 염기서열을 해독·분석해 네이처 제네틱스에 논문을 게재했다. 후속 연구로 고래류와 육상동물의 섬유아세포성장인자 유전자를 비교·분석해 고래의 형태·생리적 특성과 관련된 고래류 특이 유전자 변이도 발견했다. 이를 활용해 안정성 및 활성을 개선한 섬유아세포성장인자를 개발하고 신약 개발 추진 기업에 기술이전했다.

독도 주변 해양 방선균에서 분리 추출한 독도리피드는 새로운 항암물질로 주목받고 있다. 2003년에는 해저열수구에서 초고온 고균 써모코쿠스 온누리누스(Thermococcus onnurineus) NA1을 발견하고, 유전체 해독과 에너지대사 과정을 밝혀 2010년 네이처지에 발표했다. 현재 NA1 균주로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 실증과정을 진행 중이다.

이처럼 KIOST는 대양, 심해환경 탐사로 확보한 해양생물자원을 활용해 식품소재, 에너지소재, 의료·의약소재 생산을 위한 해양바이오 원천기술 및 실용화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해양생물 연구 역사가 짧아 임상 정보가 부족하고, 소재를 대량생산하는 시스템도 미흡한 실정이다.

이에 해양바이오산업 활성화로 국가 신성장동력을 창출하고 세계 해양바이오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대응 방안을 제시한다.

첫째, 정부는 연구개발(R&D) 기획 단계부터 기업을 비롯한 수요자 참여를 확대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식품원료 분야 연구성과를 보건의료 분야와 결합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상생형 R&D 체계와 산업기반을 구축해야 연구성과의 빠른 상용화를 기대할 수 있다.

둘째, 민·관·산·학·연이 협업체계를 단단하게 구축해 우수 기술을 사업화할 수 있도록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춰야 한다.

셋째,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신산업 분야로 협력 지평을 넓히고, 해양바이오산업을 선도하는 국가와 긴밀한 공조체계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 탄소중립을 선도할 해양에너지 대전환

인류 생존에 에너지는 필수다. 에너지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지금까지 주로 사용해 온 화석연료는 매장량이 한계에 이르렀다. 화석연료는 과다 온실가스를 비롯해 공해 유발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세계 에너지 수급 불안과 가격 상승에 따른 에너지 위기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늘어나는 에너지 수요 해결과 미래 세대를 위한 새로운 에너지원 개발의 해법이 바다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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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해남 울돌목에 건립된 아시아 첫 계통 연계형 조류발전기지 전경

바다는 무한한 에너지원이다. 미래 이상적인 에너지원은 재생 가능하고, 기후변화나 공해 문제를 유발하지 않아야 한다. 조력, 조류, 파력 등 해양에너지는 무공해 재생 에너지다. 에너지의 약 95%를 해외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바다를 이용한 에너지원 다변화가 절실하다.

조력발전은 조석간만의 차가 큰 하구나 만을 방조제로 막고 발전기를 설치해 수면 높이 차이, 즉 위치에너지를 이용해 발전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 서해안은 조석간만의 차가 크고 조력발전에 적합한 장소가 많다. KIOST가 제안하고 참여해 2011년 완공한 시화호 조력발전소는 254㎿급으로 세계 최대 규모다. 매년 50만명이 사용할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하고, 시화호 주변 해양 생태계 복원에도 기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드물게 조류 흐름이 빠른 해역이 많다. KIOST는 2009년 아시아 최초로 계통 연계형 조류발전소를 명량대첩 승전지 울돌목에 건설했다. 조류발전-ESS 융복합시스템을 개발 적용해 전기 생산과 사용 효율도 높이고 있다. 국내 처음으로 해양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도 받았다.

우리나라는 파력발전에서도 높은 기술수준을 보유하고 있다. 2016년 제주 서부 해안에 500㎾급 용수 시험파력발전소를 건설했고, 이후 파력발전 실해역 시험장도 구축했다. 최근에는 방파제와 연계한 파력발전기술을 개발해 과기정통부 100대 우수성과에 선정됐다.

하지만 이 같은 조력, 조류, 파력 발전기술은 이미 상용화된 해상풍력이나 태양광과 달리 초기 개발단계로 원천기술 개발과 함께 규제 완화 등 다각도의 지원이 필요하다.

첫째, 조류발전 상용화는 발전성능, 안전성, 내구성 등을 갖춘 상용화 수준의 기술 확보가 필수다. 따라서 소규모 발전단지를 구축하는 동시에 양식, 그린수소 생산 등 다른 분야와 연계한 융복합 개발로 경제성을 높여야 한다.

둘째, 해양에너지 선도국가를 벤치마킹해 대학과 연구기관의 R&D 성과를 공유하고 인력, 장비 등을 공동 활용하며 기업 기술혁신을 유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셋째, 해양 이용과 자원 개발에서 갯벌 복원, 해수소통 수문 설치, 대체 조류 서식지 조성 등 해양환경 보전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 국토 면적의 4.5배에 이르는 해양영토와 풍부한 해양생물, 해양에너지 등은 미래전략 자원이다. 해양바이오와 해양에너지산업 육성은 해양수산 신산업을 견인하고 미래 혁신성장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현재 우리 삶의 터전인 바다, 미래 세대가 누릴 풍요로운 바다를 조성하는 데 모두가 지혜를 모으길 기대한다.

강도형 한국해양과학기술원장 dohkang@kiost.ac.kr

〈필자〉강도형 한국해양과학기술원장은 남녕고, 인하대 해양학과를 졸업하고 제주대에서 해양생물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버지니아해양연구소에서 연수 경험을 쌓았다. 2006년 한국해양연구원(현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 입사해 제주특성연구센터장, 제주연구소장 등 주요 보직을 맡아 활동했다. 연구분야는 해양바이오 및 미세조류 바이오에너지로, 다수 연구성과를 관련 기업에 기술이전해 상용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