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데이터 이월제 신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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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호 통신미디어부 기자

“기간 내 사용하지 못한 데이터를 넘겨 쓸 수 있는 데이터 이월제 등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은 최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가계통신비 부담 경감 방안 중 하나로 데이터 이월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깜짝 발언했다. 통신경쟁 촉진방안에 담겨있지 않았던 내용인 만큼 이동통신 업계는 크게 술렁였다.

이번 발언은 이통사 5세대(5G) 이동통신 요금제가 이용자 실사용량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맥락에서 나왔다. 요금제 다양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용량보다 과도한 요금을 부담하는 이용자가 많다는 인식이다.

데이터 이월제는 과거 KT가 선보인 롱텀에볼루션(LTE) 데이터 밀당 서비스와 유사하다. 남은 데이터는 다음 달로 자동 이월되고, 부족하면 다음 달 데이터를 미리 당겨 쓸 수 있는 서비스다. 지난 2019년 12월부터 신규가입을 받지 않고 있다.

다만 5G 데이터 이월제 도입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않다. 소비자 후생 취지는 좋지만 자칫 요금 부담이 커지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우선 데이터 이월제는 서비스품질유지(QoS) 서비스와 양립하기 쉽지 않다. QoS는 제공된 데이터 소진 후에도 제한 속도로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이에 따라 고가의 무제한이 아닌 일반 요금제를 선택한 이용자도 다소 느리더라도 추가 요금 부담없이 데이터를 계속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데이터 이월제가 도입되면 QoS 지원은 어렵다는게 이통사 주장이다. 데이터가 남을시 이월한다는 개념은 반대로 말하면 데이터를 다쓰면 추가 과금을 부담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사업자 입장에서도 한 달 사용량에 맞춰진 현행 과금 체계를 다시 짜야한다. 데이터 이월이 이뤄지면 전반적인 요금 상향으로 이어질 공산이 있다. 네트워크 용량 예측이 쉽지 않은 만큼 망 운영비도 그만큼 오르게 된다.

글로벌 통신요금 추세도 영상 데이터 이용 급증에 따라 데이터 이월보다는 사용량에 맞춘 정액요금과 폭탄요금을 방지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구글이 통신 시장에 진출하면서 선보인 '파이(Fi)' 요금제의 경우, 초반에는 미사용 데이터에 대해 환불 정책을 차별화로 내세웠지만 현재는 이를 없애고 정액요금과 QoS 혜택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데이터 이월보다는 본인 사용량에 적합한 데이터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저가요금제 등 요금구간 다양화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 LTE와 달리 데이터 사용량이 급증한 5G에서는 사업자 네트워크 운영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면서 이용자 평균 사용량에 맞는 요금 가입을 유도하는 것이 우선이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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