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칼럼] 장기투자 테마로서 'ES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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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하나벤처스 전 대표이사

올 여름 국내 주식시장은 뚜렷한 주도주가 있다기 보다는 배터리, 초전도에 이어 맥신 등 근거가 부족한 희망적 전망이나 기술개발 소식에 기반해 매우 극심한 테마주 장세를 보이고 있다. 과도한 단타투자 현상으로 인해 급등락이 잦아 일중 주가변동을 보면 현기증이 날 정도다.

산업이나 기업의 장기적 실적개선 전망이나 신제품의 장기적 매출 증대 기대 등을 바탕으로 한 주가상승이라면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현상은 기술개발과 관련한 호재성 뉴스나 가능성 한 두가지에 기댄 투자자들의 치고 빠지기로 보인다. 그간 국내 증시에 오랫동안 투자경험을 가진 투자자들 사이에서 몇 종목을 제외하고는 장기투자로 돈을 번 경험이 많지 않기도 했고, 최근 들어 일부 큰 기업들의 대주주나 경영진의 그릇된 행위로 소액투자자들의 피해사례도 여럿 발생하였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투자자들의 테마주 추종 행태가 더 심해졌다고 보는 의견들도 있다.

이러한 테마주 쏠림 현상을 당장 해소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왕 존재할 테마라면 기업의 실적개선이나 주주권익 증대에 영향을 미쳐, 마음 편히 장기투자를 해도 괜찮을 만한 그런 테마주 쏠림은 어떨가? 필자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중 'G'를 장기투자 테마로 제안하고 싶다. ESG 중 G를 개선하는 것이 기업가치 증대의 가장 빠른 방법일 수 있다. 거버넌스(G)가 좋은 기업은 자본배분을 효율화하고 최적의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경영효율을 높일 수 있다.

또한 G를 개선하면 건전한 경영진이 중장기적으로 E와 S도 따라서 개선한다. 거버넌스가 좋은 기업은 기업의 장기발전을 위해 리스크 관리에도 신경을 쓰기 때문이다.

오래 전부터 듣고 있는 코리아디스카운트 이슈도 거버넌스의 문제가 가장 크다. 국내 상장 기업 중 상당수가 순자산 가치 이하의 낮은 밸류에이션으로 거래되는 것도 가장 큰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과거에는 지정학적 문제 및 북핵문제, 과도한 수출의존도 및 작은 내수 시장 등을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했다. 하지만 최근 증시의 변동을 보면 거버넌스 이슈를 제외한 나머지 이슈들은 더 이상 디스카운트의 큰 이유로 작용하지 않고 있다.

국내에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기업들이 이미 많이 있으나, 이들이 증시에서 받고 있는 평가는 선진국 증시의 경쟁기업 대비 매우 야박하다. 낮은 주가수익비율(PER)과 순자산 가치 이하로 평가받는 기업들이 수두룩하다. 지금 시점에서 상장기업들의 낮은 밸류에이션을 극복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거버넌스 개선이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비중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큰 이유 중의 하나도 거버넌스의 문제일 것이다.

한국 증시는 1992년 이후부터 점진적으로 대외개방을 했고, 2000년대 이후부터 외국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주주행동이 지속적으로 있어왔다. 그간 해외자본들의 행동주의 활동은 주로 상장되어 있는 대기업 주력계열사나 공기업을 상대로 있어왔고, 그 중 일부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도 했으나 대부분은 일시적인 주가 상승 등에 머물렀다.

최근 몇 년 전부터는 국내 토종자본들의 행동주의 활동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몇몇 국내 사모자산운용사들이 대주주의 전횡이나 경영진의 부진한 경영실적을 개선하고자 행동주의적 목소리를 내는 것들이 일부 효과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 배경에는 개인투자자들의 높아진 투자의식이 여론으로 반영된 영향도 있다. 최근 2~3년간 서학개미로 불리우는 개인투자자들의 활동이 늘어나면서 미국주식에 투자한 경험을 가진 투자자들이 늘어났다. 국내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은 상당수가 단기투자 행태를 보이지만, 미국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장기투자 행태를 보이고 있다. 동시에 이들은 미국 상장 기업들의 주주에 대한 대접이 다르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고, 국내 상장기업들도 달라져야 한다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김동환 하나벤처스 전 대표이사 alex.kim@hanaf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