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공정기여 논의 재점화]〈상〉CP에 대한 인프라 투자 분담 요구 글로벌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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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주요국이 구글·넷플릭스 등 거대 콘텐츠제공사업자(CP)의 투자 분담을 요구하고 나섰다. 새로운 디지털인프라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해서다. 우리나라에서 촉발된 망 공정기여 논의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을 거쳐 호주, 브라질, 인도, 베트남 등 개발도상국까지 확대됐다.

주요국은 통신사 투자와 국가 재원만으로는 디지털인프라 확산에 한계가 명확하다고 판단, 글로벌CP의 사회적 책임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통신업계는 한국도 세계 흐름에 발맞춰 망 공정기여 논의 불씨를 살려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본지는 국회 정기 국정감사와 정부 거버넌스 변화를 앞두고 망 공정기여 쟁점을 3회에 걸쳐 진단한다.

<상>망 공정기여 글로벌 확산

주요국이 잇달아 망 공정기여 관련 정책수립에 착수했다.

배경은 데이터트래픽 집중도가 높아지며, 거대 트래픽유발 사업자(LTG)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샌드바인에 따르면 2022년 세계 인터넷 트래픽 48%를 구글·넷플릭스·메타·마이크로소프트·애플·아마존 6대 기업이 유발했다. 주요국은 LTG가 인프라 투자에 기여할 정책 수립을 구체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EU는 내달 총 437개 글로벌 컨설테이션(의견수렴) 결과를 토대로 망 공정기여 정책방안을 공개한다. 통신사와 CP간 망 이용분쟁시 제3의 중립기관을 통해 중재하는 제도를 도입할지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했다. EU는 2030년까지 유럽에 기가비트인터넷과 5G 투자를 제공하기 위해 총 2000억 유로 이상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했다. 주요 CP가 통신사에 망을 이용한 트래픽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납부하도록 해 투자 재원을 확보하는 조치다.

미국은 인터넷공정(FAIR) 기여법을 추진 중이다. 일정규모 이상 CP에 보편서비스기금(USF) 납부의무를 부과, 교외지역과 취약계층 등 인프라 확산에 기여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선진국의 이같은 흐름에 더해 망 공정기여 논의는 개발도상국까지 확산되기 시작했다.

브라질 통신규제기관 아나텔(Anatel)은 '지속 가능한 디지털 생태계 조성을 위해 플랫폼에 대한 향후 규제 방향'과 공정기여 필요성에 대한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정책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인도 통신부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자가 통신사와 합의를 통해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고, 각종 수수료 등을 규정하는 수익공유 메커니즘 개발에 들어갔다.

베트남은 주요 글로벌CP가 통신사 기술개발 재투자와 소비자 권리 보장을 위해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규정 마련에 착수했다.

한국은 통신사와 부가통신사간 망 이용대가 납부 협상 의무를 규정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총 8개가 발의됐지만, 논의는 답보상태다. 글로벌 논의 확산 속에 ICT 선도국으로서 정책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는 망 공정기여 논의를 통신사와 CP의 대립보다는 새로운 관계구축 시각으로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세계 주요국이 인프라 산업과 콘텐츠 중요성을 동시에 인식하면서 양측 간 갈등 해소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며 “두 산업의 바람직한 협력관계를 모색하기 위해서도 망 이용대가 문제를 풀고가야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박지성 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