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기술지주회사(산학연협력기술지주회사) 제도는 대학이 보유한 기술을 사업화하고 이를 통해 창출된 수익을 연구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고자 2007년 산학협력법 개정을 통해 도입됐다.
◇기술지주회사, 대학 기술사업화 전담조직...수익 창출 다변화 성과
2008년 7월 한양대를 시작으로 삼육대, 서울대가 같은 해 기술지주회사를 설립했다. 2009년에는 강원지역대학연합으로 연합형 대학 기술지주회사가 처음으로 설립됐고, 자회사 창업도 지속 증가했다.
교육부와 한국기술지주회사협회에 따르면 2020년 기술지주회사 75개, 자회사 1000개를 돌파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 기준 기술지주회사 82개, 자회사 누적 1550개를 넘겼다.
대학 기술이전 수입료도 2020년 처음으로 1000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2022년에 1305억원을 기록하며 2년만에 30%가 증가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바이젠셀, 라파스 등 대학 기술지주회사 자회사가 코스닥 시장에 상장돼 기술지주회사가 보유한 지분매각으로 얻은 수익을 연구활동에 재투자하거나 창업공간 마련에 사용하는 등 우수사례도 나왔다.
최경민 한국기술지주회사협회장 겸 전국대학교산학협력단·연구처장협의회장은 “2008년 개정된 산학협력법이 시행된 이후 현재까지 82개 기술지주회사가 교육부로부터 설립인가를 받아 1500여개의 자회사를 설립·운영하면서 일자리 및 수익 창출 등 다양한 성과를 이루고 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대학 기술사업화의 성공을 위해 기술지주회사는 대학 내 조직의 유기적 연계협력 강화, 대학 내 인프라를 활용한 투자재원 확보, 외부 전문경영인 영입, 지역 클러스터형 기술지주회사와 공동 자회사 설립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사업화를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술지주회사 제도 질적 혁신 필요, 대학사업화전문회사(가칭) 개편
대학과 기관 등 관련 업계에서는 2007년 제도 도입 이후 기술지주회사가 빠르게 증가하는 등 규모가 커졌으나 기존 제도 한계로 현장 애로사항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술지주회사 기능 개선을 위한 제도 질적 혁신이 필요한데 법령, 제도는 부분적으로만 개선돼 새로운 관리체계가 요구된다는 의견이다.
국회에서도 서병수 의원이 5월 기술지주회사 현물출자 비율, 자회사 의무 지분율을 완화했고, 기술지주회사 변경인가 근거 신설 등을 담은 산학협력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하며 규제개선을 시작했다.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대학 산학협력단 기술지주회사 현물 출자비율(30% 초과)을 기술지주회사 설립 시에만 유지하도록 하고 외부 투자유치 활동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또 기술지주회사 자회사에 대한 의무 지분율(10%)을 최초 설립시에만 준수하도록 한다.
관련 업계는 나아가 대학 기술지주회사 운영체체의 대대적 혁신을 주문했다. 대학 기술지주회사를 '대학사업화전문회사(가칭)'로 개편함으로써 운영상 걸림돌을 제거하는 것이다.
대학 기술지주회사 관계자는 “대학 기술지주회사는 자회사를 지배하는 순수 기술지주회사 성격보다 우수 창업기업(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하고 육성하는 벤처투자기관이나 액셀러레이터 역할을 더 많이 하는데, 명칭때문에 투자 활동 초반부터 제동에 걸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애로사항을 전했다.
대학사업화전문회사는 상법상 '지주회사-자회사' 틀 자체가 없어지므로 기술현물출자, 자회사에 대한 의무보유지분 폐지 등으로 더 많은 대학이 설립요건을 충족하면 설립할 수 있게 된다.
또 대학 기술창업기업에 대한 소액분산투자가 가능해지면서 벤처생태계에 적합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창업자 부담과 저항을 낮춰 대학창업이 보다 활성화될 수 있다. 기술사업화와 투자창업 활동의 민·관 협력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학 산학협력단 위탁과 대학사업화전문회사 중개·출자로 포트폴리오 기업에 대학 기술을 이전받고, 기술료 수입은 산학협력단이, 수수료는 대학사업화전문회사가 취하는 구조로써 사례별로 발명자에 보상 가능해진다. 현재 대학 기술사업화의 약한 고리로 지적받는 인센티브 제도가 강화될 수 있다.
◇대학기술지주회사 질적 성장 위한 사후관리체계 강화와 지원 필요
대학 기술지주회사는 기초연구성과 중심 대학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자회사 등 공익성이 큰 데도 불구하고 일반 벤처기업과 차별화된 지원체계나 법률, 정책이 따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학 기술지주회사는 창업, 투자 기능을 모두 갖춘 대학 내 유일한 전문조직이다. 또 대학 기술지주회사 자회사 창업과 펀드 운영 수익은 대학(산학협력단) 소유로 대학재정 건정성이 확보된다.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제도 개선 토론회에서도 전문가들은 기술지주회사를 관리감독 대상에서 대학 기반 기술창업 생태계 주춧돌 역할을 하는 적극 육성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초기단계와 성장 단계 기술지주회사에 대한 정부의 차등화된 맞춤형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목승환 서울대기술지주회사 대표는 “대학기술창업을 활성하려면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 투자가 동반돼야 하며, 이에 대한 현행 기술지주회사 역량, 전문성, 자금조달에 대한 육성·지원이 필요하다”며 “기술지주회사의 경영상태를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경영상태가 계획 대비 미진할 경우에는 이를 개선하도록 유도하는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명희 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