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14일 가상자산 XRP 발행사 리플랩스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간 소송에서 미국 뉴욕지방법원은 XRP 판매 행위가 증권법상 유가증권판매가 아니라는 리플의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2020년 12월 SEC가 리플랩스에 가상자산 판매행위가 증권법에 저촉된다는 소송을 제기한 지 약 30개월 만에 판결이 난 것이다.
SEC는 미국 자본시장법상 증권성 판단 기준이 되고 있는 호위 테스트(Howey Test)를 근거로 리플을 증권으로 분류, 소송은 2년 이상 진행됐다. 법원은 판결에서 가상자산 거래소를 통해 일반 투자자에게 판매된 리플(XRP)이 증권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리플(XRP)의 기관투자자와 일반 투자자에 대한 판매 구조가 '타인의 노력으로 인해 발생되는 투자 이익 기대' 요건에 적용되지 않아 증권으로 볼수 없다고 판단했다.
판결은 리플과 SEC간 장기간 소송을 종결시키는 중요 사건이다. 향후 타 가상자산 시장의 규제와 증권성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례가 될 전망이다.
리플랩스의 최고법률책임자(CLO)인 알데로티는 판결을 통해 리플이 타인의 노력으로 인해 발생되는 투자 이익을 목적으로 한 약정 거래가 아닌 경우 증권이 아님을 인정받았으므로 향후 해외 송금과 같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비투자수익형 금융 서비스에 리플을 확대 사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판결은 국내외 가상자산 시장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알트코인과 같이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촉매역할을 하는 다양한 가상자산이 제3자 노력에 의한 투자 수익 창출에 적용되지 않는 한 증권으로 제재 받을 가능성이 줄어든 것이다. 현재 SEC는 증권법 위반 등 혐의로 리플 이외에도 바이낸스, 코인베이스 등 가상자산 관련 기업을 제소한 상태다. 리플 승소로 가상자산 기업과 SEC간 증권법 관련 재판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시장에서도 가상자산의 증권성 여부를 결정할 때, 리플에 대한 판결이 준거가 되어 자본시장법 적용 배제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 투자계약증권 판단 기준은 '계약상 공동사업으로 발생한 손익을 받는 권리'가 있어야 투자계약증권으로 분류된다. 미국에서는 수익에 대한 기대만으로 증권으로 판단할 수 있지만, 한국의 기준은 수익에 대한 권리까지 명시되어야 증권으로 판단할 수 있어 대상 범위가 더 좁게 규정돼 있다.
미국보다 가상자산의 증권법 적용기준이 느슨하다고 볼수 있다. 리플 판결을 국내 가상자산 제도를 재정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전면 금지되어 있는 ICO를 재검토하고 코인의 증권성 여부를 우선적으로 판단하는 제도적 틀을 시급히 만들어야 한다. 증권성 여부 판단은 궁극적으로 투자자 보호와 자본시장의 안정유지에 기본이 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2월 토큰증권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증권성 가상자산의 제도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비증권 가상자산인 코인과 토큰에 대한 법률인 디지털 자산법은 상대적으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5월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안이 통과됐지만 소비자 보호 법안을 중심으로 발의돼 가상자산 산업 발전과는 거리가 있다. 일단 소비자 보호에 만전을 기한 후 이어 가상자산 산업 전반에 대한 진흥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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