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요 석유화학 제품 공급과잉이 역대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중국의 석유화학 제품 자급률 제고와 수요 부진이 겹친 결과로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위기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2일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6대 석유화학 기초유분의 공급과잉 물량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IBK투자증권이 인용한 국제 원자재 시장분석기업 독립상품정보서비스(ICIS) 분석에 따르면 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 벤젠, 혼합 자일렌, 톨루엔의 총 공급과잉 물량은 2억1800만톤이다. 이는 1990년 이후 최대치로 사실상 역대 가장 높은 수치다.
6대 기초유분은 비닐, 고무 등의 원료다. 이들 제품의 공급과잉은 중국의 석화 공장 증설, 경기 부진과 맞닿아 있다.
세계 최대 석화 제품 수요국인 중국은 2025년까지 에틸렌을 비롯한 기초유분 자급률을 대폭 상향하기 위해 대규모 공업단지를 조성중이다. 설비 가동률은 80% 이상으로 높인다는 목표다.
2019년부터 올해까지 이미 총 5개의 COTC(Crude Oil To Chemical) 프로젝트를 완료했다. COTC 프로젝트는 원유 정제 설비와 석화 설비를 하나의 메가 콤플렉스로 결합한 것으로 석화 단일 공정 대비 원가경쟁력이 우수하다.
COTC 가동으로 중국의 석화 제픔 자급률이 급등했다. 중국의 폴리에틸렌 자급률은 2020년대 초반 50% 수준에서 올해 70%까지 올라왔다.
반대로 수요는 뒤를 받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리오프닝'으로 올해 석화 제품 수요가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수요가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그동안 중국을 중심으로 석화 제품을 수출해 온 우리 업계는 수요, 공급 측면에서 모두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올해 상반기 석화 제품의 중국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4.7% 감소했다.
국내 수위 기업인 LG화학의 2분기 나프타크래커(NCC) 가동률은 60%대에 머물렀다. 지난해 가동률이 100%에 근접했지만 불과 반년 만에 급락했다. 특히 2021년 준공한 여수 NCC 2공장은 아예 가동을 중단하고 매각설의 주인공이 됐다.
문제는 공급과잉 해소 시기를 가늠할 수 없다는데 있다. ICIS는 2025년까지 매년 2억톤 이상의 기초유분이 시장에 쌓일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설비와 비교해 원가경쟁력이 낮은 한국 석화업계가 갈 곳을 잃었다는 관측이 따르는 배경이다.
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자급률 확대로 한국 석화 기업의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이 가속화하고 범용 제품 투자 또한 제한될 것”이라면서 “설비가 가장 노후한 일본 기업의 사업 철수와 한국 기업의 신사업 투자 강화, 중국 의존도 줄이기 작업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