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칼럼]디지털 헬스케어 혁신 이끄는 전자기파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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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영재 유니스트 전기전자공학과 교수·한국전자파학회 국제상임이사

'전자기파'라는 용어가 생소한 사람도 '전자레인지'는 익숙할 것이다. 1945년 미국 공학자였던 퍼시 스펜서 박사는 레이시온사에서 레이다 시험 중 전파에 의해 자신의 호주머니에 있던 초콜릿이 순간적으로 녹는 현상을 발견하면서 식품을 빠르게 가열하는 기술을 탄생시켰다. 이렇듯 표면을 뚫고 들어가 분자를 자극할 수 있는 전자기파 성질을 이용하면 생체 신호 모니터링과 치료 목적으로 응용이 가능하다.

전자기파는 라디오파부터 마이크로파, 적외선파, X선까지 각각의 파장에 따라 정밀한 측정, 영상화 및 진단 등 다양하게 기능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의료 전문가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며 환자 치료를 강화할 수 있다.

먼저, 전자기파 기반 감지 기술은 디지털 헬스케어에서 원격 모니터링 개념을 혁신시켰다. 환자에게 무선 센서와 라디오파 기능을 갖춘 장치를 착용시켜 실시간으로 환자의 생체 신호를 모니터링할 수 있고, 의료 공급자에게는 실시간 데이터를 제공한다. 이같은 기술로 환자에게는 움직임의 자유와 편의성을 누리게 하고, 의료 전문가에게는 맞춤형 치료와 조기 개입을 위한 소중한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X선 영상화 기술은 고해상도 이미지 진단, 방사선 노출 감소, 3D 기능 등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진단에 핵심적 역할을 한다. 게다가 테라헤르츠 영상화와 같은 신기술은 피부암 검출, 치과 진단 및 상처 모니터링을 위한 비침습적 해결책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조기 발견, 정확한 진단 및 맞춤형 치료 계획 등이 가능하다.

이러한 전자기파 감지 기술과 생체 감지 기술 시너지로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응용 영역 또한 흥미롭게 발전하고 있다. 특정 생물학적 마커를 탐지할 수 있는 생체감지기는 조기 질병 탐지, 지속적인 모니터링 및 맞춤형 치료 개입을 가능하게 했고, 전자기파 감지와 의료용 인터넷(IoMT) 통합은 실시간 데이터 전송, 실시간 분석 및 맞춤형 헬스케어 서비스를 용이하게 한다.

최근에는 이러한 전자기파의 센싱 기술을 응용한 재미있는 제품이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가령 성인 6명 중 한 명은 코골이를 포함해 수면 중 무호흡을 경험하고 있는 데 수면 중 무호흡 검사를 하려면 수면센터를 방문해 복잡한 기계를 달고 측정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그런데 500원짜리 동전만한 크기의 센서를 간단히 복부에 붙이고 자면 쉽게 호흡지수를 측정할 수 있는 제품이 곧 출시 예정이다.

다이어트를 결심한 사람이 무의식적으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제품도 있다. 50원짜리 동전만한 크기의 센서를 몸에 부착하면 음식을 먹고 혈당이 올라갈 때를 감지해 앱을 통해 사용자에게 다이어트 결심을 상기시켜주는 것이다. 나아가 한 번의 칩 삽입으로 스마트폰을 이용해 언제 어디서나 쉽게 혈당을 측정할 수 있는 기술도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이처럼 전자기파 기반 기술은 생체 신호 감지는 물론 비채혈식 혈당 측정, 나아가 질병의 치료 및 관리 방식을 혁신하고 하면서 디지털 헬스 케어 솔루션을 다양하게 제공하고 있다.

어렸을 적 의사가 되고 싶었던 적이 있었지만 전자공학 교수가 된 필자에게 전자기파 기반 감지 기술이 디지털 헬스케어와 융합되는 모습을 보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전자기파 기반 기술 잠재력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더 건강한 미래를 열어갈 것이다.

유니스트 전기전자공학과 교수·한국전자파학회 국제상임이사 bien@UNIST.ac.kr 변영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