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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올해 1분기 200만이 넘는 유료방송 가입자 감소는 미국 유료방송 가입자의 코드커팅 가속화가 얼마나 빠르게 진행되는 지를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대응하는 케이블TV를 비롯한 유료방송, 그 중에서도 최대 케이블TV 컴캐스트의 최근 행보는 거의 파격적이라 할 수 있다.

컴캐스트는 방송사업자임에도 불구하고 2015년 브로드밴드 가입자가 방송가입자를 넘어선 이래 2022년 말에는 케이블방송 가입자의 거의 두 배에 가까운 브로드밴드 가입자를 가지고 있다. 자신들이 스스로 표현하는 것처럼 컴캐스트는 더이상 'broadcasting'회사가 아니라 'broadband'회사인 것이다.

이제는 방송가입자를 위한 인터넷 서비스가 아니라 인터넷 가입자 확보와 유지를 위한 다양한 방송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자사 인터넷가입자들은 Flex라 불리는 셋톱이나 XClass Smart TV등을 통해서 쉽고 편하게 OTT 서비스를 이용하게 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통적인 케이블TV채널과 FAST (무료 광고기반 스트리밍 TV) 채널 그리고 OTT 스트리밍 서비스를 묶어 저가의 방송 서비스, 'NOW TV'를 선보였다. 월 20달러 시청료로 40개의 케이블TV 채널, 20개 이상의 FAST채널을 시청할 뿐 아니라 자사의 OTT(Peacock Premium)을 무료로 구독할 수 있게 했다. “NOW TV는 가성비에 민감한 시청자에게 쉽고 편하게 다양한 고품질 콘텐츠를 접하게 할 것” 이라고 이야기한다.

NOW TV는 컴캐스트가 소유한 기술과 콘텐츠를 바탕으로 라이브채널, FAST 채널과 SVOD를 함께 스트리밍으로 제공하는 최초의 서비스인 것이다. 기존의 전통적인 케이블TV 방송을 포기하고 유튜브 TV나 Hulu Live+와 같은 소위 vMVPD (가상유료방송)을 스트리밍으로 시청하는 가입자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며, 코드커팅에 대한 적극적 방어전략인 것이다.

컴캐스트는 또한 FAST 채널을 자사의 케이블 셋톱 플랫폼인 X1에 통합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자사의 Xumo 채널을 케이블 채널 X1 가이드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FAST 서비스가 시청자 사이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전통적인 케이블TV 채널 가이드에 포함시켜 시청자로 하여금 다양한 콘텐츠를 쉽게 접근하도록 서비스하는 것이다.

한 걸음 더 나가 올해안으로 Xumo 박스라 불리우는 4K 스트리밍 박스도 출시할 예정이다. FAST 확산과 OTT의 대세로 기존의 Flex 박스를 새롭게 출시하는 것이다. 이는 자체 FAST서비스를 하고 있는 Roku나 아마존 Fire TV, 삼성TV Plus나 LG 채널을 염두에 둔 것이라 할 수 있다.

컴캐스트가 전통적인 케이블TV 채널이 포함된 NOW TV를 스트리밍으로 서비스를 하는 것이나, FAST채널을 기존의 케이블TV 채널 가이드에 포함시키는 전략은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다. 파격의 사전적 의미 그대로 일정한 격식을 깨뜨리는 것이다.

지금은 고정적인 생각이나 사업모델로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장이 됐다. 과감한 변신으로 경쟁사업자들의 높은 파고를 헤쳐 나가야만 하는 것이다.

기존의 유료방송을 자기잠식 (cannibalization) 시킬 수 있는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컴캐스트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유료방송의 코드커팅에 대항할 뿐 아니라 새로운 비즈니스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컴캐스트가 이런 혼돈의 방송시장에서 재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름 빠르게 NOW TV를 출시할 수 있는 것도 자사의 콘텐츠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고, 자사 케이블 X1 셋탑 플랫폼에 FAST 채널을 통합시키는 것도 X1 플랫폼이 있기 때문이다.

2010년 NBCU를 인수 합병한 이후 다양한 콘텐츠 확보를 위한 행보를 지속했고, 이를 바탕으로 OTT열풍속에서 OTT Peacock을 출시했다. 기술적으로는 막대한 투자로 수년에 걸쳐 개발한 클라우드 셋탑 플랫폼인 X1을 통해 서비스 고도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였던 것이다.

이런 대응의 성공여부는 지금으로서는 판단하기 어렵지만 변화에 대응하는 컴캐스트의 파격적인 행보들은 급변하는 방송시장에 있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고 생각한다.

연세대 겸임교수 성기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