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QR결제 활성화가 추진된다. 국내 지급결제 핵심 축이 함께 한 ‘EMV QR’ 협의체가 본격 가동됐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QR결제가 보편화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QR결제가 어려웠다. 대부분 카드사가 초기 공동 QR결제를 추진했지만, 시장 주도권 등을 놓고 이견조율에 실패하면서 사실상 사장됐다.
QR결제는 중국을 비롯 아세안 국가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부족한 신용카드 인프라 대신 스마트폰 보급만으로 모바일 결제를 구현할 수 있다는 편리성이 고려됐다.
중국 유니온페이가 발표한 ‘2021 모바일결제 안전조사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거주자의 월평균 소비액에서 모바일 결제 비중은 도시별 최대 90% 이상이다. 이들은 대부분 알리페이나 위챗페이 등 특정 단말기가 필요 없는 QR결제 방식을 주로 이용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도 QR결제가 보편화됐다. 인도네시아에서 QR결제는 물품 구입뿐만 아니라 블루버드 택시, 교육과 같은 서비스 대금 지급에도 사용이 가능하다. QR결제에 힘입어 인도네시아 디지털 결제 규모(전자지갑 포함)는 437억8000만달러(2020년)로 2019년 대비 19% 증가했고, 2025년까지 연평균 12.2% 증가해 902억8000만달러를 예상했다.
반면에 우리나라에서는 QR결제가 여전히 생소하다. 2018년 10월 비씨카드가 국내 카드사 중 제일 먼저 EMV 규격 QR결제 서비스를 선보였지만, 실적이 미미하다. QR결제 건수 비중을 보면 전체 건수에서 편의점이 85.2%를 차지하고, 결제금액 비중에서는 면세점(51.5%)을 제외하면 국내 편의점, 대형마트 등에서 실적은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다만 업계에서는 국내 지급결제 산업의 독자 규격이 만들어질 경우 간편결제 차세대 플랫폼으로 QR결제가 급부상할 것으로 전망한다. 삼성페이가 독식하는 국내 간편결제 시장에서 애플페이 출현으로 춘추전국 시대를 맞았지만, 단일 단말기 제조사 스마트폰, 특정 결제 단말기가 필요로 하는 등 제약이 여전하다. 특히 최근 애플페이 도입으로 주목받은 근거리무선통신(NFC) 결제를 위해선 가맹점주 입장에서는 수십만원에 달하는 단말기를 구매해야 하는 제약이 있다. 반면에 QR결제는 스마트폰만 있으면 결제가 가능해 기기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다.
실제 지난주 열린 EMV QR 협의체 킥오프 회의에서는 호환성을 위해 비씨카드 QR를 고려한 EMV QR 스펙을 검토한 것으로 확인됐다. 비씨카드는 페이북 애플리케이션(앱)에서 EMV 기반 QR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이미 일정 수준의 국내 결제 인프라를 가졌다는 점이 반영됐다.
해외에서 범용성도 고려됐다. 비씨카드는 외국인 관광객이 자국에서 사용했던 QR를 국내에서 이용하는 글로벌 사업을 추진 중이다. 또 아세안 국가에 이어 대만, 키르기스스탄 등에도 QR 결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비씨카드는 초기 협의체에 참가하지 않았지만, 추가 합류 가능성이 유력하다.
업계 관계자는 “협의체가 추진하는 EMV QR는 비씨카드의 QR와 호환하는 형태 스펙이 될 것”이라면서 “비씨카드의 폭넓은 국내외 QR 결제 인프라 상황을 고려한 조치며, 국내 간편결제 시장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