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티에리 브르통 유럽연합(EU) 내부시장 담당 집행위원이 이달 말 2년 만에 방한, 우리 정부와 반도체 협력 방안을 모색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을 만나 EU 내 투자 유치를 논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브르통 집행위원은 EU 내 반도체·인공지능(AI)·통신 등 각종 첨단산업 현안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유럽 내 반도체 산업 발전과 안정적 공급망 확보하고, 생성형 AI 등 AI 투명성 강화 차원 규제 법 제정, 광대역 통신망 투자 확대와 빅테크 기업의 기여에 관한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브르통 집행위원은 최소 이틀 이상 일정으로 한국을 찾는다. 29일 산업통상자원부, 3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부처 장·차관급 관계자와 연쇄 회동을 갖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도체를 비롯해 AI·통신 등 디지털 첨단산업 관련 한-EU 협업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정부 관계자는 “브르통 집행위원 방한 관련 EU 측과 의제를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반도체 협력이 주요 안건으로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정통부는 반도체 최신 기술과 동향을 논의하는 ‘한-EU 연구자 포럼’을 추진하고 있다. 산업부 역시 EU와 반도체 산업 조기 경보체계 구축 등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 방안 발굴과 반도체 보안 관련 국제 표준화를 논의 중이다. 이번 브르통 집행위원 방한으로 반도체 협력 후속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이외에도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망 사용료를 부과하는 망 이용대가 정책 공조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브르통 집행위원은 MWC23 키노트에서 망 공정 이용 필요성에 대해 발표하고 최근 EU 내 광대역 통신망 구축을 위한 대규모 투자 필요성과 포털·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소셜네트워크(SNS) 등 빅테크 기업도 통신망 투자에 동참할 것을 지속 강조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 경영진과 만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021년 방한 당시에도 산업부·과기정통부 장관뿐만 아니라 반도체 투자 유치를 위해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문장(사장)과 이석희 당시 SK하이닉스 사장을 직접 만났다.
특히 삼성전자 평택공장을 방문해 방진복을 입고 클린룸에 들어가 세계 최대 5나노미터(㎚) 반도체 공장 방문은 인상적이었다는 소감을 남기는 등 국내 반도체 기업과 협력방안을 모색했다.
EU는 현재 역내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국가 원조 규정을 완화해 2030년까지 430억유로(약 60조원)를 공공 또는 민간 투자 형식으로 지원하는 반도체법에 합의했다. EU 권역 내 반도체 생산 팹을 확대,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프랑스, 독일 등이 기업 유치에 적극적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EU 입장에서는 역내 반도체 생산을 늘려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기존 9%에서 2030년까지 20%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만큼 국내 기업과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종진 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