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대법원에 ‘기술유출 양형기준 상향’ 의견 전달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기술유출 범죄 양형기준 상향을 골자로 하는 의견서를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전달했다고 8일 밝혔다.

전경련은 “반도체, 이차전지, 자율주행차 등 산업에서 해외로 지속적으로 기술유출이 발생하고 있다”며 “기술유출이 기업의 생존과 국가경쟁력을 위협하는데, 실제 처벌은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전경련은 처벌수준이 낮은 이유로 △법정형 대비 약한 양형기준 △감경요소 등을 꼽았다. 현행법은 국가핵심기술의 해외유출 시 3년 이상 징역과 15억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고, 그 외 산업기술을 해외유출한 경우 15년 이하 징역 또는 15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전경련은 2021년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으로 처리한 제1심 형사공판 사건 33건을 검토한 결과, 무죄(60.6%), 집행유예(27.2%) 처분이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기술유출 범죄에 대해 법정형에 비해 양형기준이 낮다고 비판했다. 법원이 실제 판결을 내릴 때 지식재산권범죄 양형기준의 영업비밀 침해행위를 적용하는데, 해외 기술유출시 기본 징역형은 1년~3년 6개월이며, 가중사유를 반영해도 최대 형량이 6년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전경련은 “형량이 산업기술보호법, 부정경쟁방지법 등의 처벌규정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양형기준을 상향하고 국가핵심기술 등의 유출에 대해서는 별도의 양형 기준을 마련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양형기준 감경요소도 재검토도 주장했다. 대검찰청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영업비밀 침해 판결문 60건에 기술된 감경요소 중 △형사처벌 전력 없음(32건) △진지한 반성(15건)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경련은 의견서를 통해 기술유출범죄는 범행동기와 피해 규모 등이 일반 빈곤형 절도죄와 다르다는 점을 꼬집었다. 이에 초범에 대한 처벌도 강화하는 등 현행 감경요소에 대한 재검토를 촉구했다.

대만은 작년 국가안전법을 개정해 경제·산업분야 기술유출도 간첩행위에 포함했다. 국가핵심기술을 해외에 유출하면 5년 이상 12년 이하의 유기징역과 대만 달러 5백만 위안 이상 1억 위안(약 4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미국은 연방 양형기준을 통해 피해액에 따라 범죄등급을 조정하고 형량을 늘릴 수 있다. 기술유출은 0~18개월까지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지만, 피해액에 따라 15년 8개월에서 최대 33년 9개월의 징역형을 내릴 수 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산업본부장은 “첨단기술의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산업기술을 해외로 유출하는 행위는 기업에 피해를 입히고 국가경쟁력을 훼손하는 중범죄”라면서 “기술 유출시 적용되는 양형기준을 상향조정하고 감경요소도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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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산업기술보호법 형사공판 사건 제1심 처리현황.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김신영 기자 spicyzer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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