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성인용 게임물까지 파고들었다. AI생성 캐릭터를 활용해 제작한 성인용 모바일 카지노 게임이 국내에 등장했다. 선정적 복장을 입은 캐릭터와 포커 게임을 즐기고 유료 결제를 통해 노출도가 높은 추가 콘텐츠를 확보하는 형태다. 최근 웹툰과 웹소설 등 콘텐츠 분야에서 AI를 활용한 창작물을 두고 논란이 심화되는 가운데 게임 제작 영역에서도 AI 이미지 적용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AI 활용에 대한 저작권과 특허권 논쟁에 관한 선제적 법·제도 정비를 권고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게임 개발사 조이버스는 이달초 ‘AI 섹시 포커’를 구글 플레이에 정식 출시했다. 소개 페이지에서부터 ‘AI로 제작된 섹시 캐릭터’를 내세운 게임이다. 게임 내 대부분 이미지를 AI로 제작했다는 사실도 게임 실행과 함께 고지하고 있다.
AI 섹시 포커는 AI 캐릭터와 포커 대결을 펼치며 캐릭터 화보를 볼 수 있는 모바일 베팅성 게임물이다. 게임 속 캐릭터는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AI 생성 이미지와 유사한 화풍으로 그려졌다.
현행 등급분류 체계에 근거해 직접적인 선정적 표현과 사실적인 사행행위 모사로 게임물관리위원회로부터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을 받았다. AI 이미지 활용에 대해서는 별도 기준이나 규정이 없는 만큼 등급분류 과정에서 심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게임위 관계자는 “현행 게임물 등급분류 기준에 따라 선정성과 사행성 여부를 살펴보고 ‘청불’ 등급이 책정된 것”이라며 “게임물 내 AI 이미지 활용에 대해서는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는 과정을 면밀히 살펴 대응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국내 게임 업계 내에서 AI 이미지 활용을 바라보는 시각은 양가적이다. 동일 대상에 대한 상반된 태도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의미반복 작업을 줄이고 제작 효율성을 높여 게임성 향상에 더 많은 역량을 투입할 수 있다는 의견과 저작권 이미지 무단 도용 및 저품질 양산형 게임 범람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공존한다.
인디 게임 플랫폼 업체 관계자는 “인적 자원과 자본이 언제나 부족한 인디 게임 쪽에서는 이미 여러 팀이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한 게임 제작을 진행하고 있다”며 “플랫폼 차원에서도 저작권 위반이나 아이디어 표절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검수 시스템 마련을 준비 중”이라고 귀띔했다.
앞서 대만과 중국 등 해외에서는 게임 내 캐릭터 원화 제작에 AI를 적용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불매 운동과 같은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생성형 AI 프로그램에 프롬프트를 입력해 캐릭터 원화를 제작하고 원하는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학습하는 과정에서 쓰이는 데이터에 대한 저작권 문제도 뚜렷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김윤명 경희대 교수는 “현재로서는 AI 창작물에 대한 마땅한 법·제도가 마련되지 않은 만큼 정부기관에서 관리감독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기술 발전에 맞춰 AI 창작을 인정하는 범위와 저작권 기준에 대해 정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재홍 게임정책학회장도 “AI 활용이 건전한 게임 제작 생태계를 교란하거나 분쟁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사후관리 방안을 선제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