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시험인증과 글로벌 스탠다드, 수출장벽 허들 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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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종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원장

한국 육상 남자 높이뛰기 종목의 간판스타인 ‘스마일 점퍼’ 우상혁 선수가 지난 달 전국 육상경기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정상에 올랐다. 우 선수는 높이뛰기 선수로는 그리 크지 않은 키, 교통사고로 오른발이 왼발보다 작은 불리한 신체조건에도 2m 32㎝를 넘었다. 올 시즌 세계 1위 기록과 불과 1㎝ 차이다.

높이뛰기 선수들을 유심히 보면 장대를 넘는 자세가 유사하다. 몸을 새우등처럼 뒤로 눕혀서 뛰는 ‘배면뛰기’다. 1968년 멕시코 올림픽 당시 딕 포스베리가 처음 선보인 자세다. 그는 당시 세계 신기록을 세우면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후 배면뛰기 기술은 높이뛰기 종목에서 글로벌 스탠다드로 꼽히고 있다.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시험하고 신뢰성을 확보하는 관점에서 보면 시험인증은 우리나라 수출과 산업에서 글로벌 스탠다드 역할을 한다. 한국 기업이 새롭게 개발한 제품이 수출 장벽의 허들을 넘어 세계에서 통용되도록 기술 규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해외인증 컨설팅, 신제품 시험평가, 국제표준화 활동 등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은 자국의 핵심·첨단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무역기술장벽(TBT)을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기업들은 인증정보 부족, 비용 부담, 복잡한 절차 등으로 애로를 겪고 있다.

정부는 최근 주요 수출지원 기관들과 ‘해외인증 지원단’을 개소하는 한편 기업이 국내에서 해외인증을 쉽게 취득하도록 전주기 종합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한미 정상외교를 계기로 강화된 자율주행, 배터리,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산업 분야 시험인증 기술협력은 한국 기업들의 해외 진출 문턱을 크게 낮추면서 실질적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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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은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계기로 미래 기술 분야에서 정부 정책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고 관련 기업의 수출 인증 획득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먼저, 미국 교통국 산하 비영리기관인 옴니에어(OmniAir)와 자율협력주행 산업 생태계 확대에 뜻을 모았다. 완전한 자율주행의 핵심 기술인 차량사물통신(V2X) 성능과 신뢰성 확보에 필요한 인증 공동연구에 협력할 계획이다.

산업 공정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는 산업용 IoT 사이버보안 기술 교류에도 주력한다. 미국 무선 통신산업을 대표하는 비영리기관인 북미통신산업협회(CTIA)와 함께 산업용 IoT 기기들을 잠재적 디지털 위협에서 보호할 수 있는 인증 프로그램을 연구한다. 또, 조만간 자율협력주행과 산업용 IoT 사이버보안, IoT 네트워크 분야에서 공인시험소로 지정받아 수출에 필요한 시험인증을 국내에서 신속하고 편리하게 받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TBT 요소를 선제적으로 제거하면 인증획득 일정을 효과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 시험 수수료 등 소요되는 경제적 비용 절감이 기대된다. 더불어 우리나라 기업의 핵심 기술 보호와 신규 수출 판로 개척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KTL은 수출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대상으로 150여개국 450여개 인증정보를 제공하는 해외인증 정보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정보역량을 한층 고도화하는 한편 55개국 160여개 기관과의 협력 네트워크로 맞춤형 컨설팅 서비스 제공에 힘쓸 계획이다.

KTL은 시험인증 분야에 글로벌 스탠다드를 마련하기 위한 ‘언성히어로’(숨겨진 영웅)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우수한 제품이 높이뛰기 허들과 같은 TBT을 넘어 국제 무역 시장에서 챔피언 자리에 오르도록 공공 시험인증기관 소명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다. 이를 발판 삼아 한국 기업이 해외인증 정보 획득 부담을 해소하고, 우리나라 ‘수출 플러스’에도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김세종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원장 sejongkim@ktl.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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