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을 정하기 위한 두번째 최저임금위원회의가 열린 가운데 노동계와 경영계가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2차 전원회의를 열고 비혼 단신 근로자 실태생계비 조사 결과를 논의했다.
비혼 단신 생계비는 최저임금 심의의 기초 자료로 활용된다. 최저임금 생계비전문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근로자의 한 달 평균 생계비는 241만원으로 조사됐다.
노동계는 이를 토대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의 당위성을 역설했으나, 경영계는 고소득자들의 소비도 포함된 통계인 만큼 최저임금 심의 자료로 활용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2차 전원회의에 맞춰 양측은 치열한 장외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날 세종시 고용노동부 청사에서 ‘2024년도 최저임금 동결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오세희 소공연 회장은 “지난해 4분기 기준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020조, 대출의 70% 이상이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받은 다중채무일 정도로 위태로운 상황”이라며 “최저임금마저 인상되면 나홀로 운영으로라도 버텨온 소상공인도 더는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차등화 필요성도 강조했다. 오 회장은 “대기업 중심 경제구조에서 가까스로 버티는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해선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필수적”이라며 “최저임금 미만율이 높은 업종부터라도 먼저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4일 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은 ‘2023년 전국 체감 경기 및 최저임금 설문조사 분석 결과’를 통해 내년도 최저임금 적정 수준으로 ‘월 250만원 이상(시급 1만2000원 이상)을 선택한 비율이 31.9%로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시급 1만2000원은 노동계가 제시한 내년도 최저임금 요구안이다.
응답자의 84.8%는 올해 최저임금 수준이 가족과 함께 살기 부족하다고 여겼다. 지난해보다 생활비가 증가했다는 응답도 69.6%로 나타났다. 연구원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현재의 최저임금 수준은 생계를 감당하기 역부족”이라며 “물가상승률과 생계비를 반영한 상당 폭의 최저임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노동계와 경영계가 평행선을 걸으면서 올해 최저임금 심의도 기한을 넘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노동계는 권순원 공익위원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어 회의가 파행을 겪을 우려도 남아 있다.
최저임금위는 심의 요청을 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최저임금 수준을 의결해 제출해야 한다. 고용부는 지난 3월 31일 심의요청서를 제출했으며, 6월 29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한다.
최다현 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