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술이 발전하면서 우리 삶은 여러 방면에서 많이 달라졌습니다. 음악을 듣는 방식도 상당히 많이 변했어요.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가수의 음악을 듣기 위해서는 CD 음반을 구매하거나 카세트테이프를 구매하는 게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러다 90년대 후반, 기술이 발전하면서 저용량 오디오 파일 규격인 ‘MP3’가 개발됩니다.
MP3는 사람이 소리를 들을 때 필요 없는 부분을 제거해 용량을 작게 만든 오디오 파일로, 음질은 비슷하지만 데이터 크기는 10분의 1에 불과해요. 덕분에 지금처럼 하나의 기기에 수천 곡을 담아 들을 수 있는 겁니다. 2000년대부터 MP3 플레이어가 폭발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어요. 이후 피처폰과 인터넷 등의 매체 발달로 음반보다는 디지털 음원을 중심으로 음악을 듣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죠.

현재는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해 멜론, 지니, 애플뮤직 등 여러 음악 스트리밍 앱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듣고 싶은 음악을 들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음반 시장이 아예 쇠퇴한 건 아니에요. 오늘날에도 CD 음반은 꾸준히 판매되고 있습니다. 특히 방탄소년단이나 세븐틴과 같이 대형 팬덤을 거느린 아이돌은 현재도 100만장 이상의 앨범을 판매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어요.
요즘 집에 CD 플레이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막상 CD를 사도, CD 그 자체로썬 실용성이 거의 없어요. 그런데도 팬들은 음반을 구매합니다. 가수가 좋은 성적을 내는 데 음반 판매량이 도움이 되기 때문이죠. 게다가 음반에는 포토 카드와 가수의 화보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디지털 음원과 다르게 손에 잡히는 실물 굿즈(Goods)가 있는 거죠. 그래서 예전과 다르게 CD 음반은 일종의 굿즈 소장 목적으로 판매되고 있는 듯해요.
CD 플레이어는 사라져 가는데…왜 아직도 CD만? 키트 앨범도 있다!

그런데, 사실 CD 음반처럼 실물 굿즈 역할을 하면서 스마트 디바이스에서 구동할 수 있는 앨범이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 곁에 있었습니다. 바로 지난 2017년, 뮤즈라이브가 개발한 ‘키트 앨범’이 그 주인공인데요. 기자 역시 우연한 기회로 키트 앨범을 이용해보게 됐는데, 써보기 전에는 꽤 오래된 개념인데도 잘 알지 못했어요. 그렇다고 아이돌 ‘덕질’에 무관심한 ‘머글’이었냐고 물으신다면, 그것도 아닙니다. 그저 CD 음반에 워낙 익숙하다 보니, 이런 새로운 매체의 존재를 알아채지 못했던 거죠.
키트 앨범은 오디오 신호로 스마트폰과 같은 스마트기기에서 앨범 콘텐츠를 구동하는 매체입니다. 여기서 ‘키트’는 일종의 암호화된 인증 토큰인데, 이를 스마트폰에서 인증시키면 앨범이 작동하는 방식이에요.

키트 앨범은 이어폰 타입과 버튼 타입 등 두 가지 연결 타입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스마트폰에 별도의 이어폰 연결 단자가 있었기 때문에 주로 이어폰 타입으로 출시됐어요. 그런데, 요즘은 대부분 이어폰 연결 단자가 없는 스마트폰이 많습니다. 그래서 버튼 타입이 주류가 됐어요.
영상과 음원 콘텐츠를 한 번에…‘꽤 알차네’ 키트 앨범 사용기

직접 받아본 키트 앨범, 생각보다 컴팩트한 구성에 놀랐습니다. 일단 보통 앨범보다는 패키지가 확실히 작더군요. 그래도 일반 앨범처럼 있을 건 다 있었습니다. 열어보니 포토 카드와 여러 장의 사진, 가사집과 키트 앨범 사용 설명서, 사진 거치대가 있었고요. 맨 아래에 앨범 콘텐츠가 담긴 키트가 있더군요.
앨범을 스마트폰에서 실행하려면 우선 전용 앱인 ‘키트 플레이어(Kit Player)’를 다운받아야 합니다. 이후 앱을 실행하고, 스마트폰 마이크 부분에 키트 상단 버튼을 대고 2~3초간 누르면 되는데요.

이렇게 하면 키트가 암호화된 오디오 신호를 마이크에 보내 앨범 내 콘텐츠가 스마트폰에 다운로드됩니다. 한 번 스마트폰에 키트를 구동하면, 24시간 동안은 다시 구동시킬 필요 없이 앨범을 계속 들을 수 있어요.
키트 앨범을 사용해보니, 앨범을 CD 플레이어 없이 스마트폰으로 온전히 사용할 수 있다는 게 꽤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게다가 앱에서는 음원뿐만 아니라 뮤직비디오와 같은 영상 콘텐츠도 이용할 수 있고, 팬 커뮤니티 기능도 있더라고요. 팬 커뮤니티 기능은 좋아하는 아티스트나 다른 팬들과 유대감을 느끼는 데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이제야 알았을까…키트 앨범, 이런 사람에게 추천해!

스마트폰 시대가 되면서 가수의 CD 음반보다 디지털 음원의 영향력이 커졌습니다. 실제로 음악 방송에서 1위 점수를 집계할 때도 가장 큰 비중으로 들어가는 게 디지털 음원 점수에요. 하지만 팬들에게는 CD가 여전히 의미 있습니다. 디지털 음원은 손에 잡히는 게 없지만, CD는 앞서 언급했듯이 실물 굿즈의 개념이 강하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막상 사놓고 보면, CD 그 자체는 한 번도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아쉬움이 남았을 겁니다. 키트 앨범은 이런 팬들의 아쉬움을 달래줄 좋은 매체가 될 것으로 보여요. 키트 앨범은 현재까지 세계 211개국에서 이용되고 있고, 누적 500만 장 이상이 팔렸다고 해요. 또 CD 앨범과 마찬가지로 가수의 음반 판매량 집계에도 포함되는 게 강점 중 하나에요.

우연히 이용해본 키트 앨범은 ‘왜 이제야 알았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꽤 알찬 경험을 선사했는데요. 등장한 지는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 CD 음반에 비해 이용률이 낮은 건 사실이에요. 앞으로 키트 앨범이 CD 음반을 대체할 ‘진짜 차세대 음반’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테크플러스 이수현 기자 (tech-plu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