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중 무역제재를 받고 있는 화웨이가 동남아시아를 전략시장으로 삼아 활로를 모색한다. 성장성은 높지만 기술 발전이 더딘 동남아 산업 디지털 전환(DX)과 정보기술(IT) 인재 육성을 지원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영향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애런 왕 화웨이 아태지역 엔터프라이즈 사업부문 부사장은 중국 선전에서 열린 이노브아시아 테크톡 행사를 통해 “화웨이는 5G,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역량으로 아태지역 디지털 경제에 중추적 기여자 역할을 할 것”이라며 “공항, 전력, 광산같은 국가기간산업부터 금융,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DX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라오스 스마트 광산과 말레이시아 공항 디지털화 등이 대표적이다. 왕 부사장은 “라오스 포타쉬 광산은 화웨이 스마트 솔루션을 통한 원격 차량 운행과 지하에 구축된 통신망을 통한 실시간 추적을 통해 안전성과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면서 “말레이시아 공항에도 화웨이 솔루션을 접목해 운영 효율과 네트워크 속도를 개선했다”고 말했다.
클라우드를 통한 금융 업무 개선도 이뤘다. 태국 은행 SCB는 새 디지털 대출 플랫폼을 화웨이 클라우드를 통해 구축했고, 싱가포르도 핵심 업무 솔루션을 화웨이 클라우드 기반으로 제공한다. 마카오 전기업체 CEM도 5G 기반 스마트그리드 기술을 적용해 전력 안정성을 높이고 정전 시간을 단축시켰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인도네시아 시스템통합(SI) 기업 인티콤의 어윈 엘리아스 부사장은 “화웨이가 인도네시아에 구축한 디지털 인프라 덕분에 팬데믹에도 생산성을 유지하고, 디지털 인재 양성과 업무 개선도 이룰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화웨이가 동남아 DX 사업 지원에 적극나선 것은 미국 무역제재에 대응해 아태지역을 중심으로 새로운 성장 영역을 찾기 위해서다. 전세계 청년 인구의 60%인 11억명이 거주하는데다 디지털 전환 초기 단계인 만큼 시장성도 밝다.
왕 부사장은 “아태지역은 디지털, 클라우드 서비스 측면에서 높은 잠재력을 가닌 시장”이라면서 “산업을 빠르게 디지털화하고 모든 사람을 연결할 수 있는 인프라 지원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웨이는 동남아 DX 가속을 위해 홍콩·싱가포르·태국·인도네시아에 구축한 데이터센터를 올해 필리핀에도 추가 선보일 예정이다.
화웨이는 동남아를 중심으로 한 아태지역 DX 사업을 통해 2027년 매출 70억달러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이중 95%는 파트너를 통해 거둔다는 계산이다. 로버트 양 화웨이 전략 파트너 개발 사장은 “아태지역은 화웨이에게 중요한 핵심 시장”이라며 “더 많은 신규 고객을 발굴하고 브랜드 강화에 집중할 수 있도록 올해 2억달러 이상의 인센티브, 프로그램 및 마케팅 자금을 파트너사에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선전(중국)=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