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후 최악 실적 삼성전자, "미래투자·프리미엄 전략으로 반등"

삼성전자가 1분기 반도체 부문에서 4조5800억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스마트폰과 가전 부문에서 수익성을 개선했지만 반도체 한파로 전체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반토막 났다.

삼성전자는 실적 부진에도 과감한 미래 대비 투자와 프리미엄 전략으로 반등을 꾀한다. 올해 연구개발(R&D) 투자를 사상 최대 수준으로 이어 가고, 반도체 감산과 관련해 선단공정 제품은 조정 없이 유지한다.

서병훈 삼성전자 IR팀장 부사장은 27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반도체(DS) 부문은 수요 감소 영향을 크게 받으며 매출이 감소했지만 가전·모바일(DX) 부문은 플래그십 스마트폰 신제품(갤럭시S23) 판매 호조로 매출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서 부사장은 “올해 메모리 반도체에 대해 전년과 유사한 수준으로 투자를 지속하고, 중장기 경쟁력 확보를 위한 인프라 및 R&D 투자 비중은 지속 확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1분기 연결기준 실적으로 63조7454억원의 매출과 6402억원의 영업이익을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8.1%, 영업이익은 95.5% 각각 줄어든 수치다. 금융위기 이후 첫 분기 적자를 낸 DS 부문의 부진 여파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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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자료: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역대급 실적 한파 속에서도 최대 수준의 R&D 투자를 지속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1분기 R&D비 6조5800억원, 시설투자 10조7000억원으로 역대 분기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적자를 기록한 반도체 분야 투자와 관련해선 대규모 투자와 양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는 만큼 견조한 수요가 예상되는 중장기 시장에 대비, 미리 투자한다는 설명이다.

2분기와 하반기에는 DDR5, LPDDR5x 등 하이엔드 제품과 GAA 2나노 등 기술 등을 통해 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하고 스마트폰과 TV 신모델 판매 확대 등을 통해 견조한 수익을 거둔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판단에는 1분기 부진한 실적에서도 일부 프리미엄군이 제 역할을 해 준 배경이 있다.

모바일 부문은 플래그십인 갤럭시S23과 S23울트라 판매 호조로 반도체 부문의 실적 부진을 만회했다. 삼성전자는 모바일 동력을 가속하기 위해 하반기 예정된 폴더블 신제품의 조기 출시 가능성을 내비쳤다.

미국 반도체법과 관련해선 대정부 협상에 힘을 싣는다. 서 부사장은 “미국 정부가 업계에서 우려하는 의견을 듣고 개별 기업과 협상을 구체화하기로 했다”면서 “이 절차에 동참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