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K배터리 물 들어올 때 노 젓자

'세계 최초 전기차용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2027년 세계 최고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기술 확보, 이차전지 양극재 국내 생산능력 4배 확대, 장비 수출액 3배 확대.'

지난 20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국가전략회의에서 나온 이차전지 산업 경쟁력 강화 전략의 일부다. 특정 산업 분야를 주제로 국가전략회의가 열린 것은 이례적이다. 국가 안보·전략 자산의 핵심인 이차전지 산업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산업계도 화답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배터리 3사는 전고체 배터리 시제품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등 국내 공장을 마더팩토리(제품 개발과 제조의 중심이 되는 공장)로 삼고 2030년까지 정부와 함께 2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은 장밋빛 전망으로 희망차다. 전기차 시장 급성장에 따라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규모도 올해 약 160조원에서 오는 2030년에는 약 530조원 규모로 급성장이 전망된다. 전기차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으로 국내 기업들의 반사이익도 기대된다.

이 시점에서 정책 목표로 전고체 배터리의 세계 최초 상용화를 내건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로 패러다임이 바뀌더라도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기술 주도권을 이어 가겠다는 의지다.

이차전지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생태계와 공급망의 중요성도 강조된다. 배터리 제조사와 함께 생태계를 이루는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의 성장은 필수적이다. 해외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원재료와 핵심 광물 수급도 빼놓을 수 없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 경쟁은 '쩐의 전쟁'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세계적으로 급증하는 전기차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외에서 동시다발적인 설비 증설이 진행된다. 여기에는 조 단위 투자와 핵심 인력 확보가 수반된다.

배터리 제조사와 소부장 기업들의 가장 시급한 당면 과제도 자금 조달과 인력 확보이다.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젓기 위해 공격적인 증설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지난해부터 금리가 급등하면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기업이 많다. 국내외 생산시설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인력도 한정적이다.

이날 회의가 이벤트성으로 그치지 않고 이차전지를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정부의 실질적인 지원과 정책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기업들의 자금 사정을 개선할 수 있는 투자세액공제와 정책 금융 확대가 검토될 필요가 있다. 상용화로 이어질 공산이 큰 차세대 배터리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도 뒷받침돼야 한다. 특히 해외 광물자원 개발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고 리스크도 큰 만큼 국가 차원의 전략적 접근과 지원이 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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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정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