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aS기업 1만곳·AI 유니콘 5곳 육성…민관 성장플랫폼 완성
부처 칸막이 제거·민간 참여 등 기존 전자정부 한계 뛰어넘어
“디지털플랫폼정부(디플정)는 민관 협업으로 혁신을 창출하는 새로운 모델입니다. 해외에서도 한국이 만드는 디플정 모델에 관심이 뜨겁습니다. 플랫폼을 기반으로 국내 스타트업, 중소기업 등이 미래 수출 주역이 되도록 체계적 협업 체계도 만들겠습니다.”
고진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장은 최근 발표한 디플정 실현계획(로드맵)을 통해 이 같은 성과를 거둘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위원회는 지난해 9월 대통령 직속으로 출범 후 관련 부처, 민간 전문 위원 등과 함께 160여회 이상 회의, 현장 방문 등을 진행하며 실현계획을 마련해 최근 공개했다.
실현계획은 △국민 △정부 △산업성장에 초점을 맞췄다.
고 위원장은 “전자정부는 훌륭한 시스템이지만 부처 간 칸막이 탓에 국민보다 공급자(공공) 위주로 구현된 점이 한계로 꼽힌다”면서 “디플정은 국민이 불편함 없이 서비스를 제공받도록 데이터 공유 등 부처 간 장벽을 허물고, 민관 협업을 통해 정부 업무를 혁신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디플정을 통해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기업 1만개, 인공지능(AI) 유니콘 기업 5개를 육성하고 디플정 수출도 연 20억달러를 달성하는 등 민관이 함께하는 성장플랫폼이 완성될 것으로 기대한다.
고 위원장은 “전국 인터넷망 확보 등 과거 정보기술(IT) 발전은 정부가 주도했지만 지금은 플랫폼 시대로 데이터와 AI 등 기술이 더 중요하고 이 부분은 정부보다 민간 혁신 역량이 높다”면서 “민간 혁신을 정부에 접목해 정부도 혁신하는 민관 협업 플랫폼을 구축하면 여기서 혁신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산업 발전도 함께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원회는 올해 4050억원을 투입해 실증 사업 등을 추진한다. 정부 전용 초거대AI도 민간 서비스를 도입하는 시범 사업을 거쳐 내년부터 본사업에 착수한다. 중장기적으로 디플정 기본원칙과 역할 정비, 추진 체계 등을 담은 '특별법' 제정을 추진, 위원회 활동에 힘을 싣는다.
고 위원장은 “디플정 추진을 통한 디지털 기술 도입이 누군가에게 장벽이 되는 일이 없도록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한 디지털 도우미 배치 등 관련 정책도 시행할 계획”이라면서 “부처 간 데이터 공유 등으로 인한 개인정보 오남용 등을 우려하지 않도록 '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해 국민이 직접 데이터 공유 등 상황을 투명하게 확인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디플정과 전자정부 차별점은 무엇인가.
▲20년 전부터 시작된 전자정부는 IT로 국민 생활에 편의를 제공한 훌륭한 시스템이다. 그러나 한계를 뛰어넘지 못했다. 공급자 중심으로 시스템이 개발됐고 부처 간 협업이 어렵다보니 국민 겪는 불편함도 많다. 부처 간 구축한 시스템으로 인해 데이터·시스템 칸막이 현상이 발행했고 이는 통합적, 선제적, 맞춤형 서비스에 한계를 가져왔다.
단적인 예가 A기관에서 서류를 떼어 다시 B기관에 첨부서류로 제출해야 하는 불편함이다. 국민 입장에서 정부는 하나다. 정부 안에 여러 부처가 시스템에서 서류를 주고 받으면 될 일이다. 결국 부처 간 벽(사일로)을 허물어야 하는데 이는 앞선 정부 플랫폼을 구축했다고 평가받는 영국도 아직 제대로 달성하지 못한 듯하다.
디플정의 문제 의식은 이처럼 국민이 내지 않아도 되는 서류를 왜 내야하는지, 정부 서류는 정부끼리 공유하도록 하자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부처 간, 정부와 민간 간 협업을 통해 혁신을 창출하겠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대통령도 “디지털플랫폼정부는 과거 전자정부 업그레이드가 아니고 차원이 다른 것”이라고 얘기했듯이 '민관협력'을 통해 훨씬 효과적으로 공공 서비스와 정부 일하는 방식 혁신을 이루고자 하는 것이다. 정부는 공공서비스 혁신과 사회문제 해결에 필요한 핵심 데이터 제공에 집중하고 이를 활용해 민간이 다양하고 창의적인 서비스를 창출하는 모델이다.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는 과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디플정 실현을 위해 여러 부처 협업도 필요하다. 예상되는 난관 속에서 디플정 주요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둘 계획인가.
▲디플정이 구현되기까지 상당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공무원 일하는 방식을 많이 바꾸고 부처간 벽도 허물어야 한다. 부처마다 데이터가 권력이라고 생각하는 상황에서 쉽지 않은 여정이 될 수도 있다.
'예산'과 '평가' 두 가지 방법을 적용하려 한다.
디플정 원칙에 부합하는 예산 편성이 중요하다. 기획재정부와 함께 논의 중이다. 정보화예산을 사전에 살펴보고 디플정 철학에 맞게 구현됐는지 검토 단계를 추가하려 한다. 정보화전략계획(ISP) 산출물 적정성 검토 시에도 디플정 기본원칙 반영 여부 확인 등도 거치려 한다.
평가는 정부업무평가, 지자체합동평가, 공공기관 경영평가 등에 디플정 정책 평가항목을 신설하려 한다.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국무총리실 정부평가위원회와 논의해 디플정 지표도 만들 계획이다. 공무원 인사에도 평가를 반영하도록 인사혁신처와 논의도 준비 중이다.
-범정부 초거대AI 도입 계획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데이터가 공유·활용·융합돼야 새로운 가치가 만들어진다. 그 다음이 AI다. AI를 도입·활용해 정부 효율성과 대국민 서비스 품질 등을 높일 수 있다. 결국 데이터에서 시작해 AI로 발전, 정부 효율로 이어진다.
부처 간 데이터협업으로 첨부서류를 제로화하면서 국민 시간과 돈을 2조원 이상 절감할 것으로 기대한다. 마찬가지로 AI가 정부 시스템에 도입되면 비효율 업무를 줄여 공무원과 공공 생산성·효율성 등을 높여줄 것이다.
범정부 초거대AI는 전 부처 업무에 AI를 활용해 혁신을 만드는 것이다. 이 플랫폼을 만드는 과정에서 민간 협업, 민간 혁신을 수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용 초거대AI를 별도로 정부 내에 구축할 계획은 없다. 외부 민간 기업 초거대AI 서비스를 채택할 것이다.
다만 데이터 보안 등 이슈는 있다. 이 때문에 올해 우선 공개 가능한 공공 데이터를 위주로 정부용 초거대AI 실증사업을 진행한다. 실증사업을 통해 발생하는 이슈 등을 정리해 내년부터 본사업을 시작한다.
정부 부처 데이터를 취합해 외부 민간 시스템에 보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과정이 될 순 있다. 민간 초거대AI 시스템 내 별도 정부 공간을 마련하는 등 해결 방안을 함께 모색하면 된다.
-여러 관련 사업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돼 기업 관심도 뜨겁다. 최근 공공 시장을 두고 클라우드 보안인증(CSAP), 공공 SW 사업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 등 관련 제도로 인해 국내 중견·중소기업 역차별 우려도 제기된다.
▲디플정에서 클라우드는 인프라를 얼마나 민간으로 전환했느냐보다 마이크로서비스아키텍처(MSA) 등 클라우드향(클라우드네이티브)으로 전환한 비율이 어느 정도 되느냐로 성과를 확인하게 될 것이다. 국내 클라우드 업계가 이런 방향을 이해하고 관련 서비스나 제품에 투자하고 역량을 강화하면 된다. 현재 정부 시스템 70%를 클라우드 네이티브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에 맞춰 공공 시장이 형성되는 만큼 기업도 관련 시장을 예의주시하면서 SaaS 등 클라우드 생태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는 대기업과 중견기업, 중소기업 등 기업 간 의견이 첨예하게 나뉘는 사안이다. 그러나 대기업이 참여해야 꼭 공공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는 시각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최근 그렇지 않은 사례도 있다. 이렇게 의견 차가 심한 제도는 실증사업이나 연구 등을 통해 구조적 문제를 한 번 살펴본 후 논의해도 늦지 않다.
-디지털플랫폼정부 수출 연 20억달러 목표를 발표했다. 어떻게 수출 시장을 전망하나.
▲이미 해외 많은 국가와 기업이 우리나라가 그리는 전자정부 차기 모델에 지대한 관심을 나타낸다. 올초 세계경제포럼(WEF)으로부터 공식 초청을 받아 연차총회에 참여했는데 현지에서 글로벌기업 최고경영자(CEO) 면담 요청이 쇄도했다. 글로벌 국가 정부와 기업은 한국 디지털플랫폼정부에 관심을 표하며, 지속적 소통 채널 확보, 협력사업, 공동연구 등을 제안했다.
두바이에서 열린 세계정부정상회의에 참석했을 때에도 우리나라 디지털플랫폼정부에 대한 해외 정부와 기업의 높은 관심과 한국 정부나 기업과의 협력에 대한 강한 요구를 파악할 수 있었다.
2026년부터는 본격적인 디플정 수출 성과를 기대한다. 이를 위해 위원회는 스타트업, 중소기업 등이 수출의 주역이 되도록 유관기관간 체계적인 협업체계를 올해 안에 갖출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월드뱅크, OECD 등 국제개발기구와 협력, EDCF(대외경제협력기금)를 통해 서비스별 디플정 해외진출 기반을 조성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과거 시스템통합(SI) 중심 전자정부 수출 모습(형태)과는 많이 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 디플정은 플랫폼을 만들고 그 위에 다양한 소프트웨어 기업이 SaaS로 참여하는 모델이다. 몇 몇 대기업이 주축이 되는 모델이 아니라 스타트업, 중소기업 등이 함께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플랫폼 모델이다. 때문에 디플정 수출이 늘어날수록 우리나라 스타트업과 중소기업도 함께 해외로 동반진출하는 사례가 많아져 건강한 수출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행정절차 전면 디지털 전환은 획기적 서비스이지만 노년층, 장애인 등 디지털 취약계층에게는 또 다른 장벽이 될 수 있다.
▲디지털 취약계층 지원은 디플정 실현계획 구상 초창기부터 주요 과제로 살펴본 사항이다. 정부시스템 개발시부터 취약계층을 위한 이용자환경(UI)·이용자경험(UX)를 염두에 둬야 한다.
고령자와 장애인 등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한 맞춤형 모드 설계 가이드와 템플릿을 개발할 예정이다. 장애인 대상 첨단 디지털 보조기기 지속적 지원, 재외국민과 동포의 디지털 서비스 접근성 향상을 위한 여권과 해외 체류정보를 활용한 비대면 신원확인 체계도 도입할 예정이다.
디지털 취약계층은 디지털만으로 문제 대응하기 어렵다. 아날로그 지원이 중요하다.
일례로 아무리 UI·UX 기능을 높이더라도 취약계층이 이용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아날로그 방식의 현장 지원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고령층 등을 위한 디지털 도우미를 배치하고 국민 누구나 가까운 곳(주민센터 복지관 등)에서 맞춤형 디지털 역량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디지털 배움터'도 운영할 계획이다.
모든 국민이 빠르고 편리하게 원하는 공공서비스에 접근하도록 정부 서비스 편의성을 강화하는 한편, 디지털 기술 발전이 누군가에게는 장벽이 되는 일이 없도록 공공서비스 포용성을 지속 높여나가겠다.
이밖에 개인정보보호 등 보안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도 '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해 국민이 직접 데이터 공유 등 상황을 투명하게 확인하도록 하는 등 개인정보 관리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보위)와 함께 디플정 실현계획을 마련한 이유도 국민이 믿고 안심할 수 있는 플랫폼 정부를 구현하기 위해서다. 데이터 오남용 등 국민 우려를 없애도록 개보위 등과 지속 논의하며 관련 정책을 강화하겠다.
정리=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 류태웅기자 bigheroryu@etnews.com
사진=이동근기자 fot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