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한국형AI 필승카드-'세제 지원' 빠진 데이터센터, 투자 매력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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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데이터센터는 인공지능(AI) 시대 핵심 인프라다. AI에 필요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동시에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고성능 컴퓨팅 자원이 필수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에는 반도체, 전력, 인터넷,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기술들이 녹아 들어 산업 발전 효과도 크다. AI의 심장이자 AI 강국이 되기 위한 필요조건인 데이터센터지만 한국에서는 '일반 건물' 취급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데이터센터 육성에 과감히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 “진입 규제 완화” 시그널...업계 “비용 부담은 그대로”

정부는 최근 AI 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합리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데이터센터 건립의 최대 난관인 전력계통영향평가 기준을 완화하고 행정 절차를 간소화해 수도권 전력 포화 문제를 해결, AI 인프라 구축 속도를 높이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업계는 이를 “필요조건은 갖췄으나 충분조건은 결여된 반쪽짜리 대책”이라고 평가한다. 인허가 기간을 단축하는 행정 지원은 이뤄졌지만, 수천억원에서 조 단위 자금이 투입되는 데이터센터 구축·운영 비용을 줄여줄 실질적 '인센티브'는 빠졌기 때문이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아시아 데이터센터 허브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요소는 전력 수급 안정성과 투자수익률(ROI)이다. 데이터센터 업계 관계자는 “허가를 빨리 내주는 것을 넘어 초기 투자비와 운영비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재정적 유인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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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데이터센터(IDC) 위기 요인과 글로벌 지원 현황 - [자료= 업계 취합]

◇반도체는 15% 깎아주는데, AI 심장은 1%?...'역차별' 받는 데이터센터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상 데이터센터 설비(서버, UPS, 냉각장치 등)는 대부분 '일반 자산'으로 분류된다. 대기업이 받을 수 있는 통합투자세액공제율은 1%에 불과하다.

정부가 최근 세법 개정을 통해 'AI 데이터센터'를 국가전략기술 사업화 시설로 지정, 최대 15%까지 세액공제를 해주겠다고 예고했지만 현장의 우려는 여전하다.

까다로운 지정 요건 탓에 실제 혜택을 받는 곳은 극소수에 불과하고, 대다수 데이터센터는 여전히 일반 건물이나 창고와 다를 바 없는 취급을 받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반면 AI 반도체 생산 시설은 이미 국가전략기술로 확고히 지정돼 대기업 15%, 중소기업 25%의 세액공제 혜택을 누리고 있다.

'AI 두뇌'인 반도체는 국가 차원에서 전폭 지원하면서, 정작 반도체를 구동시키는 'AI 심장'인 데이터센터 지원에는 인색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일본은 파격 인센티브...글로벌 보조금 전쟁

한국이 머뭇거리는 사이 경쟁국은 파격적인 '당근'을 제시하며 글로벌 데이터센터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세계 데이터센터의 약 37%를 보유한 미국은 주(State) 정부 차원에서 공격적인 세제 혜택을 제공한다. 버지니아주와 텍사스주 등은 일정 규모 이상 투자와 고용을 창출하는 데이터센터에 판매세와 사용세를 전액 면제한다. 최근에는 연방 정부 차원에서 데이터센터를 '국가안보시설'로 지정하고 소형모듈원전(SMR)과 연계한 부지 임대까지 지원하고 있다.

일본 역시 'GX(그린 트랜스포메이션) 디지털 클러스터' 전략을 통해 도쿄 이외 지역에 데이터센터를 지을 경우 고정자산세(재산세)를 25% 감면하고, 최대 455억엔(약 4300억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급한다. 싱가포르 또한 친환경 기준을 충족하면 세제 인센티브를 부여하며 '그린 데이터센터' 허브 입지를 굳히고 있다.

◇“실효성 없는 지방 분산...이대로면 '데이터 주권' 뺏긴다”

세제 지원 부재는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데이터센터 지방 분산' 정책과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 정부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등을 통해 비수도권 유치를 유도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오히려 해외 탈출을 부추긴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지방은 수도권 대비 인력 수급이 어렵고 통신 네트워크 비용 부담이 크다. 그런데도 이를 상쇄할 확실한 세제 감면 없이 규제만으로 등을 떠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일본은 도쿄 외 지역 설치 시 과감한 보조금을 지급하며 지역 활성화와 인프라 확충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투자가 막히면 기업들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혜택이 좋은 동남아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데이터 주권' 상실과 국내 AI 산업 기반이 빈 껍데기만 남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데이터센터는 부동산 아닌 'AI 공장'...국가전략기술 지정 시급”

전문가는 데이터센터를 부동산 임대업이 아닌 '첨단 수출 산업'이자 'AI 공장'으로 재정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언급했듯 데이터센터는 데이터를 입력받아 '지능'이라는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는 제조 시설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데이터센터 시설 자체를 조세특례제한법상 '국가전략기술 사업화 시설'로 조속히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세액공제율을 경쟁국 수준으로 끌어올려야만 글로벌 빅테크 투자를 유치하고 국내 기업 설비 투자를 유도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센터는 AI·반도체·에너지 산업이 융합된 국가 전략 인프라”라면서 “단순한 규제 완화를 넘어 세제, 입지, 전력 등 전방위 지원 체계를 갖춰야만 우리나라가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전쟁에서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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