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이 우크라이나 측에 무기 지원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군이 피아식별에 어려움을 겪자 미군이 이를 돕기 위한 트럼프 카드 제작에 나섰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육군 훈련교리사령부는 1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무기체계 52종의 사진이 담긴 트럼프 카드를 제작한다고 밝혔다.
카드는 탱크, 장갑수송차량, 트럭, 곡사포 등 나토 무기 52종 사진이 다이아몬드·클로버·하트·스페이드 무늬를 대체한 형태로, 조커 2장까지 총 54장으로 구성된다.
NYT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 최소 36문이 전달된 독일제 게파르트 대공포(스페이드7), 지난 여름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을 가능하게 해준 '게임 체인저' 하이마스(클로버6), 수십 문이 전달돼 우크라의 전력 향상에 기여한 프랑스 세자르 곡사포(하트2) 등의 정보가 표시됐다. '하트 퀸'에는 브래들리 전투차량이, '클로버 킹'에는 M1에이브럼스 전차, '스페이드 에이스'에는 M113 병력수송장갑차의 정보가 그려져 있다.
훈련교리사령부는 무기들이 '비 나토국가에 널리 보급된 나토 장비' 위주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를 도울 목적’이라고 정확히 명시하지는 않았으나, 나토의 군사 장비를 대거 받아 간 나토 비회원국은 우크라이나다.
우크라이나가 지난 1년 간 들여온 나토 동맹국의 무기는 총 680억 달러(약 89조원) 어치에 이른다. 작년 2월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이후 우크라이나는 세계 3위 무기 수입국이 됐다.
문제는 새 무기에 익숙해지기도 전에 너무 많은 무기가 한꺼번에 몰려들다 보니 적의 무기와 아군의 무기를 구별하기도 어려울 지경이 됐다는 점이다.
이에 군인들이 여가 시간에 트럼프 카드를 즐기며 적군의 장비와 아군의 무기의 생김새, 이름, 생산국, 주무장 등 정보에 익숙해지라는 의도로 이 같은 카드를 제작했다.
미국은 세계2차대전 때부터 전쟁에 필요한 정보를 담은 트럼프 카드를 발급한 바 있다. 당시에는 미군이 대항할 수 있는 무기의 종류를 식별하기 위해서나 적군 주요인물의 얼굴을 그려 배포했다.
반면 이번 카드는 아군 포격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에서 제작됐다. 러시아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역시 쏟아지는 무기에 아군을 식별하지 못한 사례가 몇 차례 보고됐다. 실제로 지난 12월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주 크레미나에서 우크라이나 군부대가 서로의 진지를 포격한 바 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