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파병됐다 생포된 북한군 포로의 한국 송환 사실을 공개한 것이 한국 정부의 대북·대러 외교 구상에 부담을 줬다는 미국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한국의 복잡한 외교적 이해관계를 충분히 알지 못한 채 북한을 겨냥한 심리전 차원에서 이를 공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15일(현지시간)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온라인 세미나에는 시드니 사일러 CSIS 선임고문과 빅터 차 CSIS 한국석좌, 에마 챈릿-에이버리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치·안보국장 등이 참석해 최근 한·우크라 외교 마찰을 분석했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유엔총회 연설에서 우크라이나군에 붙잡힌 북한군 포로 2명을 한국으로 보냈다고 공개했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양측이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한 사안을 일방적으로 밝혔다며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사일러 고문은 한국 정부가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기 위해 장애물을 줄이려는 상황에서 이번 공개가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동시에 장기적으로 러시아와의 관계도 정상화하거나 복원하려 하고 있다며, 포로 송환 공개로 이런 접근이 일부 훼손됐다고 말했다.
차 석좌는 한국의 반발 배경에는 대북정책뿐 아니라 대러 전략도 있다고 봤다. 한국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면서도 전쟁 이후 러시아에서 기업 활동을 재개하고 경제 관계를 복원할 가능성을 함께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에너지 공급망 측면에서도 러시아와의 관계를 완전히 단절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차 석좌는 한국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에너지 의존 위험을 줄이고 중앙아시아와 흑해를 통한 대체 공급망을 확보하려면 러시아와 최소한의 협력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런 한국 정부의 사정을 충분히 알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젤렌스키 대통령 입장에서는 북한군 포로 송환 공개가 러시아를 지원한 북한에 정치적 부담을 주고 우크라이나 지지국을 결집하기 위한 일종의 심리전이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챈릿-에이버리 국장은 북한군 포로가 일반 탈북자가 아닌 군인이라는 점도 한국 정부의 반응이 강했던 이유로 꼽았다. 북한 체제에서 해외 파병 군인은 일종의 '영웅 서사'와 연결돼 있어, 포로의 한국 송환 사실이 공개되면 김정은 정권이 이를 굴욕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 문제가 유엔총회라는 국제무대에서 공개되면서 북한 입장에서는 더욱 민감한 사안이 됐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우크라이나가 공개적인 공방을 길게 이어가는 것은 양측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사일러 고문은 논란이 장기화할수록 북한 역시 어떤 방식으로든 입장을 내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차 석좌도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다투는 것은 좋은 신호가 아니다”라며 물밑에서 외교적 해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챈릿-에이버리 국장은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가 단순한 군사·경제적 거래를 넘어 장기적 협력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로 꼽았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북러 밀착이 이어질 경우 한국이 러시아와 관계를 복원하는 과정이 한층 복잡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