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수학 교육 수준이 다른 나라에 비해 부족하지 않습니다. 학생 수준은 오히려 높은 편입니다.”
세계적 수학자 김민형 교수 생각이다. 김 교수는 영국 에든버러대 수리과학과 석좌교수이자 국제수학과학연구소장으로 활동하면서 웅진씽크빅에서 개발한 인공지능(AI) 기반 초·중등 연산 애플리케이션(앱) '매쓰피드' 자문을 하고 있다.
김 교수는 “수학교육의 문제점에 대해 끝없이 불평하지 않는 나라는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서는 없다”고 말했다. 한국이 교육에 대한 관심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크기 때문에 불만도 격렬하게 나온다는 것이다. 한국에 '수포자(수학을포기한자)'가 너무 많은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김 교수는 “영국에 비하면 일반 학생 평균 수학 수준은 높다”며 기초 수학 능력 부족 문제를 겪고 있는 영미권과 비교했을때, OECD 국가 중 한국 기초 수학능력이 최고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매쓰피드는 2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에듀테크 박람회 'Bett 203'에서 주최하는 'Bett Awards' 수리 수학 부문 결선에 올랐다. 한국 수학 교육 기술의 우수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4월부터 영국, 미국 내 공교육 1위 플랫폼인 'Wonde'와 'Clever'에 입점해 서비스 영역을 확대한다.
김 교수는 수학 교육을 일률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학 공부를 할 때 손으로 종이 문제지를 풀어나가는 '전통적' 방법, 첨단기술을 활용하는 방법, 창의적 탐구, 기계적 학습, 심각한 공부, 게임 같은 교육, 이 모든 것이 다 상호보완적으로 작용해야 좋다”라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교육적 방법론 차원에서도 기술 발전을 따라가는 것이 효율적이며, 수학 연구에서도 이러한 기술 발전 적용은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가 매쓰피드와 같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수학 교육 서비스 개발에 참여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매쓰피드는 학습자가 문제를 풀면 AI 엔진이 풀이과정을 분석해 개인화된 맞춤 학습을 제시한다. 문제를 카메라로 촬영하거나 화면에 손으로 필기된 수식과 숫자를 인식하는 AI 비전 기술과 학습 동기 부여를 위한 게이미피케이션도 적용됐다.
김 교수는 첨단기술을 적극 이용하는 교육방법은 개선할 점도 많지만, 발전 가능성이 보다 많다고 바라봤다. 그는 “개인의 강·약점을 고려하는 방법, 재미와 심각성을 병합하는 방법 등이 계속 개발되고 있고, 이 과정에 참여하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가 처음부터 수학을 잘 한 것은 아니다. 그는 “세상을 공부하는데 필요한 것 같아서 수학을 시작했지만 잘하는 편이라는 평판은 대학교 2학년 때부터였다”라고 말했다. 어려울 때도 많았지만, 수학을 공부하면 할수록 사물의 이치가 명확하게 이해되는 바가 많아 지속적으로 공부할 동기를 얻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서울대 수학과를 나와 미국 예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한국인 최초로 옥스퍼드대 정교수가 됐다. 국내에서도 '수학이 필요한 순간' '다시, 수학이 필요한 순간' 등의 수학교양서 저자로도 널리 알려져있다.
런던(영국)=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