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 '더 글로리'와 대일 외교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가 전 세계적인 인기다. 드라마는 유년시절 괴롭힘에 시달린 학교폭력 피해자가 약 18년 동안의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낸 뒤 가해자들을 향한 치밀한 복수에 성공하는 내용이다. 피해자 문동은은 다섯 명의 가해자를 향한 복수극을 펼친다. '더 글로리'가 인기를 끈 가장 큰 이유는 피해자가 가해자를 향한 복수에 성공했다는 점 때문이다. 식상한 듯 보이지만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이른바 '권선징악' 전형의 스토리 덕이다.

시계를 150여년 전으로 되돌리면 '조선'이라는 피해자가 있다. 조선은 1876년 일본과 강화도조약을 맺었다. 조선은 독소조항이 가득한 불평등조약에 따라 인천·부산·원산 등을 개항했으며, 미국을 시작으로 영국·독일·러시아·이탈리아·프랑스 등과 연이어 교류를 시작했다. 이후 조선은 각종 이권을 외국에 내주기 시작했고, 급기야 1910년 국권을 일본에 빼앗겼다. 식민지가 된 한반도는 인적·물적 자원 수탈을 당했다. 1945년 가까스로 독립에 성공했지만 한국전쟁을 거치며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전락했다.

그러나 2023년 현재 한국의 경제력은 세계 10위권으로 올라섰다. 문화도 K-팝, K-컬처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에 퍼지고 있다. 또 원조 받던 극빈국에서 원조하는 선진국으로 떠올랐다. 그렇다고 응어리가 다 풀린 것은 아니다. 피해자이던 과거를 아직도 제대로 청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 결과에 대한 논란도 이 때문이다.

리얼미터가 실시한 최근 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전주보다 2.1%포인트(P) 하락한 36.8%로 집계됐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긍정 평가는 2주 연속 하락세(42.9%→38.9%→36.8%)를 면치 못했다. 윤석열 정부의 대일 외교에 대한 국민 반감이 크다는 방증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한·미·일 공조를 강조해 왔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제3자 변제를 핵심으로 하는 일본과의 협상 결과만을 놓고 외교 성과를 평가하기에는 다소 이르다는 주장도 있다. 결국 이번 대일 외교에 대한 평가는 4월 예정된 미국 국빈방문 성과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더 글로리'의 문동은처럼 복수에 성공할 것인가 피해자로 남을 것인가. 급진적인 비유일 수도 있다. 그러나 과오를 인정하거나 반성하지 않는 가해자와의 동행에는 밝은 미래가 올 수 없다. 미국 방문까지 약 30일 남은 기간 일본의 변화를 끌어낼 3각 외교 전략에 윤석열 정부의 외교 성패와 미래가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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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창기자 mobydi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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