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일 “이전론은 국가경제 망치는 길… 공식 입장 밝히라”
예타 면제·특화단지 공은 누구 것인가, 총선 앞둔 공방 격화

경기 용인시 반도체 메가클러스터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 쟁점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용인시 지역구 이상식(용인갑)·손명수(용인을)·부승찬(용인병)·이언주(용인정) 국회의원이 “정부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지원해 왔다”고 주장한 데 이어, 이상일 시장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흔드는 것은 국가 반도체 전략을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맞서면서다.
31일 용인시에 따르면 처인구 원삼면 일원 일반산업단지(용인반도체클러스터)는 SK하이닉스가 첫 번째 생산라인(팹) 건설 공사를 올해 2월24일 착공했다. 12월30일 기준 산업단지 조성 공정률은 70.6%로, 내년 하반기 97.9% 수준까지 공정이 올라갈 것으로 시는 보고 있다.
공업용수·생활용수 공급 시설 공정률은 각각 92.7%, 92.5%, 전력 공급 시설 공정률은 97.1%로 핵심 기반 시설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계획된 4기 생산라인 가운데 1기 팹의 절반은 2027년 3월 완공, 5월 시범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용인 이동·남사읍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는 2023년 12월 국가산단 조성계획 승인을 받았으며, 올해 초부터 보상 절차를 진행해 지난 22일부터 토지 소유자 손실보상 협의에 들어갔다.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삼성전자는 같은달 19일 산업시설용지 분양 계약을 체결해 기업 투자 의사를 공식화했다.
논란의 출발점은 여권 내부에서 나온 이른바 '새만금 이전론'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지난 26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용인에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입주하면 두 기업이 쓸 전기의 총량이 원전 15개 수준이라서 꼭 거기에 있어야 할지, 전기가 많은 지역으로 옮겨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완주진안무주)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새만금 이전이 국가 생존을 위한 유일한 해법임을 주무 장관이 확인한 것”이라고 평가했고, 민주당 전북도당은 용인 클러스터의 새만금 이전을 공식 요구했다. 조국혁신당 일부 인사는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 정부 승인 취소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이상일 시장은 31일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이전론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인허가·보상·기반 시설이 동시에 진행 중인 국가 전략 프로젝트를 정치적 논리로 되돌리자는 주장이라고 보고, 이미 추진 중인 산업단지 계획과 환경·교통 영향평가, 전력·용수 계획 등을 모두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하는 상황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이 시장은 또 기흥·화성·평택(삼성전자), 이천(SK하이닉스), 성남 판교(팹리스)가 형성하는 수도권 반도체 벨트의 중심에 용인이 위치해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소재·부품·장비·설계 기업 네트워크와 기존 생태계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지리적 강점이 있는 만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차질이 생기면 인근 도시 발전과 국가 반도체 경쟁력에 연쇄적인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주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언주·이상식·손명수·부승찬 의원은 지난 30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정부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대한 예비타당성(예타) 조사 면제 등으로 기업 노력을 뒷받침해 왔다”고 밝혔다. 이들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 문제는 국가경제 전체의 흥망을 좌우할 국가적 어젠다”라며 “불필요한 논란으로 사업이 지연될 경우 대한민국에 심대한 타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시장은 용인 이동·남사읍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 예타 면제는 현 정부가 아니라 전 정부에서 이뤄진 결정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예타가 면제되지 않았다면 통상 4년6개월 이상 소요되는 승인 절차 때문에 지금도 정부 승인 단계에 머물렀을 가능성이 크다며, 예타 면제가 “속도가 중요한 반도체 산업에 맞는 결정이었다”고 평가했다.
이 시장은 또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SK하이닉스 원삼 클러스터 등 세 곳이 2023년 7월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지정된 점을 언급했다. 특화단지 지정으로 용적률 상향이 가능해지면서 SK하이닉스 투자 계획은 당초 122조원에서 600조원으로 확대됐고, 복층 팹 계획도 이복층에서 삼복층으로 늘어났다. 삼성전자의 360조원 투자 계획 역시 확대될 여지가 있는 것으로 시는 보고 있다.
이 시장은 용적률 인센티브와 집적 효과를 감안할 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특화단지로 지정된 용인을 두고 다른 지역으로 이전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이전론 반박을 넘어 중앙정부와 지자체, 노동정책 전반에 대한 요구로 이어졌다.
이 시장은 특정 장관 발언이 개인 의견인지, 여론 반응을 보기 위한 것인지, 총선을 의식한 정치적 메시지인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하고, 대통령실과 정부가 공식 입장을 내 혼선을 정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동연 경기지사를 향해서도 “경제부총리를 지낸 만큼 용인 반도체 프로젝트의 무게를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경기도민·용인시민 입장에서 분명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반도체 인력·노동 환경과 관련해서는 중국의 '996 근무제'와 대만 TSMC의 장시간 근무 관행을 언급하며, 최소한 첨단 기술 연구·개발 분야에 한해 주 52시간제 규제를 유연하게 운영해야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내놨다.
이 시장은 “SK하이닉스가 처인구 원삼면 용인반도체클러스터에 600조원, 삼성전자가 처인구 이동·남사읍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에 360조원, 기흥캠퍼스 미래연구단지에 20조원 등 1000조원에 육박하는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며 “앞으로 용인은 단일 도시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태계가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린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용인에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과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국가적 관심과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반도체는 시간이 곧 경쟁력인 산업인 만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계획대로 속도감 있게 추진될 수 있도록 정부와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용인=김동성 기자 estar@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