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SM 인수 절차 중단...카카오와 플랫폼 협력 강화"

적정 인수가격 범위 초과 판단
협상 사흘째 대승적 합의 발표
카카오 "SM 독립적 운영 보장"

SM엔터테인먼트를 두고 카카오와 대립을 이어가던 그룹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하이브가 인수 절차를 중단하기로 했다.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을 갖고, 하이브는 카카오와 플랫폼 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극적 합의점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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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는 12일 “SM 인수 절차를 중단한다”며 “카카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의 경쟁 구도로 인해 시장이 과열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고 판단했고, 이는 하이브의 주주가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사결정을 내렸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하이브는 중장기적 관점에서의 SM 가치와 인수 후 통합(Post Merger Integration)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무형의 비용까지 고려한 적정 인수가격 범위를 설정해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을 인수하고 공개매수를 진행했다. 하지만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추가 공개매수로 경쟁 구도가 심화되고, 주식시장마저 과열 양상을 보이는 현 상황에서는 SM 인수를 위해 제시해야 할 가격이 적정 범위를 넘어섰다고 판단했다.

양사는 극한 대립을 이어오다 지난 10일부터 협상 테이블에 앉았으며 협상 3일째인 이날 오전 전격 합의를 발표했다. 하이브는 SM 경영권 인수 절차를 중단하고 양사가 플랫폼 관련 협업을 강화하는 것으로 대승적 합의를 이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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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도 이날 “하이브의 결정으로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26일까지 예정된 공개 매수를 계획대로 진행해 추가 지분을 확보하고,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와의 사업 협력을 구체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SM엔터테인먼트의 가장 강력한 자산이자 원동력인 임직원, 아티스트, 팬덤을 존중하기 위해 자율적, 독립적 운영을 보장하겠다고 추가적으로 밝혔다. 또 현 경영진이 제시한 'SM 3.0'을 비롯한 미래 비전과 전략 방향을 중심으로 글로벌 성장에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카카오는 SM엔터테인먼트의 글로벌 지식재산(IP)과 제작 시스템,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정보기술(IT)과 IP 밸류체인의 비즈니스 역량을 토대로, 음악 IP의 확장을 넘어 IT와 IP 결합을 통한 새로운 시너지를 만들 계획이다. 이를 통해 각 사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K-컬처 산업이 또 하나의 국가 경쟁력이 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카카오는 “경쟁하는 과정에 대한 국민들과 금융 당국의 우려를 고려해 하이브와 협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신속하고 원만하게 인수를 마무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양사간 구체적인 협업 내용은 정해지진 않았다. 큰 틀에서의 합의만 이뤄진 상황으로, 계속해서 협의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한편 하이브와 카카오가 합의에 성공하면서 그간 과열 양상을 보이던 SM 주가도 조정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코스닥시장에서 SM 주가는 지난해 말 7만6000원 수준에서 이달 10일 14만7800원으로 2배가량 급등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