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칼럼]저출산과 ESG의 상관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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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숙진 두이에스지(DoESG) 대표

얼마 전 포스코홀딩스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관련 자료를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놀라운 문장이 눈에 띄었다. 이 회사의 사회(S) 영역 어느 곳에 '우리 사회가 당면한 사회경제적 이슈와 문제를 해결…저출산 등'이라는 문구가 있었다. 국가도 하지 못한 일에 대해 기업이 어떤 저출산 해법을 제시하려는 것인지 자못 궁금하기도 하면서 반신반의했다. 포스코홀딩스의 노력이 어떠했든지 지난해 대한민국의 합계출산율은 유례없는 숫자인 0.78이었다. 한국사회에서 ESG 경영과 저출산을 언급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얘기여야 할까.

최근 공공기관 ESG 평가 결과를 분석해 보았다. 지난 5년 동안 370개 공공기관의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이 지속 증가했고, 2021년에는 전체 육아휴직자 2만984명 가운데 남성이 3725명으로 17.8%였다. 그리고 가족 돌봄 휴가자 1만7006명 가운데 남성이 64.9%였다. 그런데 공공기관의 5개 유형별로 ESG 평가점수가 가장 높은 기관을 살펴보니 이들 기관의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과 남성 가족 돌봄 휴가자 비중은 해당 유형별 기관의 평균 사용률보다 월등히 높은 특성을 보였다. 예를 들어 공기업(시장형)의 평균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이 29.8%인데 그 가운데 ESG 평가 최고점수기관인 한국가스공사는 34.1%였다. 기타 공공기관의 평균 남성 가족돌봄 휴가율은 34.2%인 반면에 ESG 평가 최고점수기관인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68.8%였다.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이 높은 조직에서 여성의 육아휴직 사용은 눈치 볼 사안이 아니다. 일-생활 양립이 여성만의 과제가 아니라 조직 전체의 과제로 관리되는 기관은 당연히 ESG의 S부문에서 좋은 등급을 받게 된다. 출산 기피 요인의 하나인 일-가족 양자택일을 가늠해 볼 근무환경인지 아닌지를 ESG 경영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ESG 평가 등급이 상위인 상장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일-삶의 균형 또는 가족친화제도 운영에 관한 세부 목표를 설정하고 관련 데이터를 공개하고 있다. 롯데의 경우 '육아휴직 적용대상자 수, 육아휴직 사용자 수(남성 표기), 육아휴직 사용 후 업무 복귀율, 육아휴직 사용자 업무 복귀 후 12개월 이상 근속비율, 출산휴가 사용자 수, 출산휴가 후 복귀율'을 보고한다. SK는 '육아휴직 사용자, 육아휴직 복귀 후 12개월 이상 근속자와 12개월 이상 근속률'을 제시한다. 이러한 지표를 관리하는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성별과 관계없이 일-가족 양자택일을 요구받는 상황에 덜 직면할 수 있다.

미국 애플이나 IBM의 ESG 리포트에서는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언급하지 않는다. 이를 넘어 애플은 '특별한 욕구가 있는 어린이를 위한 학교 전후 프로그램, 돌봐야 할 고령 가족 프로그램, 입양, 대리모, 출산 서비스, 포괄적인 재생산 건강(Reproductive Health)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고 보고한다. IBM은 여성이 직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집중하고 유급 휴가 강화, 심장병이나 유방암관리, 특별히 폐경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지난 3년 동안 여성·소수자·흑인·히스패닉의 대표성과 고용동향을 수치로 제시하고 있다.

그래서 궁금하다. 애플과 IBM 임직원의 어린 자녀는 몇 명이나 될지, ESG 평가에서 높은 등급을 받은 우리나라 상장 기업에 다니는 임직원의 어린 자녀는 몇 명이나 될지. 출산은 개인의 선택이지만 노동이 의무가 된 사회에서 ESG 경영이 출생률에 영향을 주는 주요한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이숙진 두이에스지(DoESG) 대표 leesjdream@doesg.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