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가 미래 먹거리를 위해 단행했던 투자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잠재성을 보고 투자했던 기업의 시장 평가가 하락하면서 후속 투자는 커녕 투자금 회수를 걱정하는 처지다. 투자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사업적 시너지 창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CJ ENM은 명품 플랫폼 머스트잇의 부진이 뼈아프다. 지난해 6월 CJ ENM은 200억원을 투입해 머스트잇 지분 약 4.7%를 인수했다. 투자 당시 기업가치는 약 4200억원 수준으로 책정됐다. 머스트잇 성장 가치는 물론 향후 명품 커머스 분야 시너지를 고려한 선택이었다.
최근 명품 플랫폼 업계가 부진하면서 머스트잇 또한 여러 지표에서 하락세다. 스타트업 성장분석 플랫폼 혁신의숲에 따르면 지난 1월 머스트잇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47만7000명으로 투자를 받은 지난해 6월 대비 49% 감소했다. 같은 기간 거래액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월간 소비자 거래지수도 지난 15%포인트(p) 하락했다. 경기 침체로 인한 명품 소비 감소, 수익성 제고를 위한 마케팅 비용 절감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예년과 달리 올해는 전년 실적도 발표하지 않는다.
GS리테일은 지난해 4분기 실적에 메쉬코리아에 대한 투자금을 손상차손으로 반영했다. 투자 가치 하락을 예상하고 일찌감치 실적에 손실로 반영한 것이다.
GS리테일은 지난 2021년 4월 메쉬코리아 지분 19.53%를 약 508억원에 인수하며 2대 주주로 올라섰다. 메쉬코리아가 운영하는 '부릉'의 라스트마일 서비스를 통해 퀵커머스 등 배송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포석이었다.
대규모 투자에도 불구하고 메쉬코리아는 적자를 지속했다. 지난해 3분기 누 461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하고 법정 관리 위기까지 내몰렸다. 이달 hy 인수가 확정돼 법정 관리는 면했지만 한 때 기업가치 1조원을 넘는 유니콘으로 불렸던 메쉬코리아의 기업가치는 대폭 하락한 상태다.
이랜드리테일은 오아시스마켓의 상장 철회가 아쉽다. 이랜드리테일은 지난해 6월 오아시스 지분 약 3%를 33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당시 오아시스 기업가치는 약 1조1000억원 수준으로 평가 받았다. 지난 1월 오아시스는 비슷한 규모로 희망 공모가를 제시했지만 시장에서는 고평가라는 반응이 나왔다. 오아시스가 수요예측 실패로 상장 철회를 결정하면서 이랜드리테일 또한 투자금 회수에 제동이 걸렸다.
부진한 투자 결과를 만회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단순 재무적 투자자(FI)가 아닌 전략적 투자자로서 피투자사와 사업적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는 복안이다. CJ ENM 커머스 부문 CJ온스타일은 머스트잇과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업계 최초 명품 전문 라이브커머스 프로그램을 선보인 후 월 1회 고정 편성 중이다. 지난 1월에는 TV홈쇼핑 생방송도 함께 진행했다. 생방송 2시간 동안 주문 금액 37억원을 기록하는 등 이목을 끌었다.
민경하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