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보조금 '독소조항' 일파만파..."보조금 아닌 족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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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파운드리 팹 부지 건설 사진

미국 정부가 공개한 반도체 지원안을 놓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초과 이익 공유와 반도체 시설 접근 등 반도체 기업을 옥죌 조항들이 많아 치명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정우택 국회 부의장은 2일 페이스북을 통해 “미국 상무부가 반도체 생산 보조금 세부 조건을 공개, 각종 규제 조항으로 인한 한국 기업들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정 부의장은 “미 정부가 반도체 보조금을 받으려면 재무 상태와 실적 전망치, 영업 기밀인 생산장비 및 원료명 등을 내야 하는 것은 물론 군사용 반도체 제공 협력, 보육 서비스 제공, 인력개발, 지역사회 공헌 등도 필수 조건으로 담았다”며 “이건 보조금 지원정책이 아니라 족쇄 수준의 규제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미국 내 반도체 생산 시설에 대한 안보 당국의 접근 권한도 문제로 지적됐다. 미 상무부는 보조금 대상 기업에 대해 국방부나 안보기관이 반도체 시설과 제품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사실상 기업 경쟁력을 좌우할 첨단 기술을 미 정부와 공유하라는 것이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기술 노출 가능성과 정보 공개 위험이 내포됐다”며 “재정 지원을 받으려면 제조 시설 세부 사항이나 기술 역량이 공개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제조 기업 극비 사항으로 원가 및 (제품) 성능 경쟁력에 직결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또 “경쟁사와 공정 격차가 중요한 반도체 산업에 있어 정보 공개는 치명적”이라고 덧붙였다.

또 보조금을 받는 기업은 10년간 중국에 투자하지 못하게 제한을 둘 가능성이 커 중국 생산 비중이 큰 우리 기업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투자를 추진 중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테일러시에 170억달러를 들여 오스틴에 이은 미국 내 두 번째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다. SK하이닉스도 미국에 후공정 공장을 짓기로 했다. 양사는 미 정부 조치에 따른 공식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보조금 신청에 따른 손익을 면밀하게 검토한 뒤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미 정부 행보는 자국 내에서도 비판을 받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설을 통해 “기업에 법에도 없는 진보(progressive) 정책을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