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텍스트 생성 인공지능(AI) 챗봇 챗GPT(ChatGPT)를 이용해 만든 도서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아마존에서 판매 중인 인공지능이 작성한 책만 200 종류 이상이라고 해요. 유아용 동화부터 소설, 자기계발 도서까지 종류도 다양합니다. 특히 인공지능의 힘을 빌리면 경험이 없어도 수일 안에 책 한 권을 금방 만들 수 있다죠.
국내에서도 비슷한 책이 나왔습니다. 스노우폭스북스라는 출판사에서 발간한 ‘삶의 목적을 찾는 45가지 방법’이라는 책이 대표적이에요. 이 책은 다양한 생성 인공지능으로 만들어졌어요. 내용 작성과 교정·교열은 챗GPT가 맡았고, 삽화는 셔터스톡AI가 그렸어요. 번역은 네이버 인공지능 번역기 파파고가 맡았습니다. 인공지능 합작품인 겁니다.
그래서 궁금해졌습니다. 다양한 생성 인공지능 서비스를 함께 활용하면 어떻게 될까.
‘인공지능’ 키워드 하나로 글 작성하기
먼저 오로지 생성 인공지능으로만 ‘인공지능에 대한 글’을 작성해보기로 했습니다. 메모 앱 겸 협업툴인 노션 위에 글을 작성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아이디어나 개요 작성은 노션의 생성 인공지능 도우미 노션AI를 이용했고, 보다 높은 버전의 언어 모델을 학습한 챗GPT로 자료를 조사한 뒤 내용을 합쳤어요. 글 내용을 대표할 썸네일을 만들기 위해 이미지 생성 인공지능 달리(Dall-E)를 선택했습니다.
노션AI에는 브레인스토밍이라는 기능이 있습니다. 키워드를 입력하면, 인공지능이 이와 연관된 아이디어를 제시해주는 건데요. ‘인공지능’이라는 단 한 개의 단어만 입력해 봤습니다. 이를 통해 ‘인공지능을 이용한 자동 챗봇 채팅 서비스’, ‘인공지능을 이용한 음성 인식 기술 개발’ 등 총 10개의 아이디어를 확보했습니다.
글의 주제는 ‘인공지능을 이용한 자동 챗봇 채팅 서비스’로 설정하고, 개요 작성을 요청했습니다. 그러자 노션AI는 ▲서비스 소개 ▲인공지능 기술 적용 ▲챗봇 시장 동향 ▲서비스 장점 및 효과 등 총 네 가지로 항목을 제시했습니다. 다음으로 각 개요에 들어갈 만한 내용을 챗GPT에 물었어요. 여기까지 15분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제목과 개요를 살짝 바꾸고 내용을 합쳤습니다. 그리고 달리를 이용해 챗봇 서비스를 대표할만한 이미지를 생성한 뒤, 글 말머리 앞에 첨부했어요. 아직 어색한 부분도 많지만, 꽤 그럴싸한 글 한 편이 순식간에 완성됐습니다. 챗GPT로 만든 국내 서적이 제작하는 총 30시간 걸렸다고 하죠. 어떻게 빨리 제작할 수 있었는지 알 것 같습니다.
외국인 친구에게 요리 레시피 알려주기
영어를 사용하는 외국인 친구에게 김치 담그는 방법을 이메일로 알려주는 상황을 가정했습니다. 먼저 친구에게 보낼 이메일 인사말을 한글로 작성하고, 챗GPT에 전통적인 배추김치 만드는 방법을 물었습니다. 그다음 인공지능 번역기 딥엘(DeepL)로 영문으로 번역한 뒤, 파파고로 옳게 번역됐는지 재차 확인했어요.
챗GPT에 배추김치 담그는 방법을 물어보니, 재료와 과정을 알려줍니다. 배추, 파, 마늘, 생강, 고춧가루, 소금, 멸치액젓 등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조금 부족하지만 모두 배추김치를 만드는 데 필요하긴 합니다. 만드는 과정도 틀리진 않았는데, 어딘가 아쉽습니다. 소금에 절인 배추를 헹군 다음 ‘완전히 말려야 한다’는 어색한 표현도 보이네요.
딥엘을 이용해서 이메일 내용과 레시피를 번역했습니다. 번역과 재번역 과정에서 다소 어색해진 표현이 눈에 띄지만, 의미 전달은 잘 되는 듯합니다.
-원문 : 안녕. 예전부터 김치를 만드는 방법을 궁금해했었지? 오늘은 전통적인 한국식 김치를 만드는 방법을 알려줄게. 아래 레시피 대로하면 맛있는 김치를 만들어 먹을 수 있을 거야. 잘 보고 따라 해봐. 그럼 마음에 드는 김치를 만들 수 있길 바라.
-딥엘 : Hi. Have you ever wondered how to make kimchi? Today we're going to show you how to make traditional Korean kimchi. Follow the recipe below and you'll be on your way to making delicious kimchi, so watch and follow along. Hopefully, you'll be able to make your favorite kimchi.
-파파고 : 안녕하세요. 김치를 어떻게 만드는지 궁금해해 본 적이 있나요? 오늘 우리는 여러분에게 한국의 전통 김치를 만드는 방법을 보여줄 것입니다. 아래 레시피대로 하면 맛있는 김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니 보고 따라 하세요. 바라건대, 여러분이 가장 좋아하는 김치를 만들 수 있을 거예요.
달리를 통해 실제 김치 사진을 생성했습니다. 친구에게 재미를 줄 이미지도 준비했는데요. 김치를 먹는 외국인 캐릭터입니다. 달리는 실사와 캐릭터 이미지 모두 완성도 높게 제작했어요. 마지막으로 모든 내용을 합치자, 봐줄 만한 이메일이 완성됐습니다. 내용을 조금만 다듬으면 인공지능으로 외국인 친구와 연락하는 일도 어렵지 않을 듯합니다.
나만의 로고 만들기
요즘에는 로고를 만들어주는 인공지능이 여럿 있습니다. 로고 제작에 필요한 몇 가지 사항만 입력하면, 그에 걸맞은 결과물을 제공하죠. 챗GPT로 ‘테크플러스’에 어울리는 로고를 물었습니다. 그리고 로고에 담을 수 있는 의미를 제안받았죠. 로고 생성 인공지능 서비스 브랜드마크(Brandmark)에서 이에 어울리는 로고를 골랐고요.
챗GPT에 IT와 기술 정보를 전달하는 테크플러스에 어울리는 로고를 추천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챗GPT는 기술적인 이미지, 현대적인 글꼴, 굵고 푸른색 계열 색상 등 디자인 중점 요소를 제안했어요. 로고 아래 새길 슬로건도 물었는데요. 총 10가지 슬로건을 제시했습니다. 그중에서 ‘혁신적인 기술 통찰력 제공(Innovative tech insights, delivered)'을 골랐습니다.
이어서 브랜드마크에 접속해서 로고 샘플 수십 가지를 생성한 뒤, 챗GPT 제안과 어울리는 로고를 몇 가지 골랐습니다. 완전히 일치하는 로고는 없었지만 굵은 글꼴과 푸른색 계열 색상이 들어간 로고 3장 정도가 눈에 띕니다.
챗GPT가 알려준 해석을 더하니, 의미를 담은 로고가 완성됐어요. 챗GPT 제안에 따르면 테크플러스 로고는 기술에 대한 전문성과 혁신을 담기 위해 파란색과 녹색 글꼴로 작성됐습니다. 현대적인 디자인과 과감한 색 배치는 전문성을 나타낸다고 해요. 앞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여러 생성 인공지능을 활용할 수 있을 듯합니다. 작업 효율도 늘어날 거고요. 하지막 아직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습니다. 정보의 정확성을 보장하기 어렵고, 저작권 문제도 남아있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출처 없는 부정확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겁니다. 난제가 풀린 뒤 인공지능이 어디까지 활용될지 기대되네요.
테크플러스 윤정환 기자 (tech-plu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