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최근 크렘린궁에서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을 맞이했다.
이 가운데 그가 접견실에서 왕이 위원과 가깝게 마주한 모습이 지난해 유럽 정상들과의 회담 장면과 대조돼 눈길을 끈다.
22일(현지시간) 영국 방송 BBC는 러시아와 중국 현지 언론을 통해 공개된 사진을 인용해 전날 푸틴 대통령이 왕위 위원을 접견하면서 가까운 자리 배치를 통해 우호국임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타스 통신과 중국 신화통신이 보도한 사진을 보면 두 사람은 5m 길이의 하얀 타원형 탁자에 마주 앉아 대화하고 있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부터 외신 보도를 통해 주목받은 탁자다. 푸틴 대통령을 만류하기 위해 크렘린궁을 찾아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등 유럽 정상들이 이 탁자를 사이에 두고 푸틴과 회담했다.
문제는 탁자를 사이에 둔 배치다. 푸틴 대통령은 타원형의 탁자를 길게 두고 양끝에 자리를 배치했다. 멀찌감치 떨어져 앉아 서로의 목소리조차 제대로 들릴 지 의문인 자리 배치에 관심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크렘린궁은 코로나19 감염 예방 차원이라고 설명했지만, 일각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서방 정상들과 거리를 두려 한 의도라는 관측도 나왔다.
반면, 이번 왕이 위원과 접견에서는 같은 탁자를 두고 전혀 다른 배치를 보여줬다. 이번엔 두 사람이 탁자 중앙의 양쪽 면에서 가깝게 마주 앉은 것이다. 일어나 손을 뻗으면 악수도 가능한 지척이다.
BBC는 이런 장면이 연출된 것은 푸틴이 이처럼 중요한 우호국의 대표를 맞아 가깝게 앉는 것이 편안하다고 느낀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적이면서 상징적인 행위라고 평가했다.
러시아 관영 언론 타스가 보도한 사진에는 푸틴 대통령이 접견실에 들어서며 환한 미소와 함께 두 팔을 벌려 왕이 위원을 환영하는 모습도 담겼는데, 이런 장면에서는 중국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에 처한 러시아의 처지가 묻어난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예상과 달리 고전하고 있다. 특히 서방이 러시아에 제재를 가하는 한편, 우크라이나에는 첨단 무기를 지원해 러시아에 불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이 중국측 인사를 화답하며 중국을 끌어들이기 위해 이 같은 모습을 연출했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푸틴 대통령은 왕이 위원을 반기며 회담 중 시진핑 중국 주석의 러시아 방문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가 ‘정상 회담’ 가능성을 언급하자 왕이 위원은 러시아와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이 중국 정부의 우선순위라고 화답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