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노동쟁의 개념 확대
"범위 모호…도급체제 흔들"
긴급설문 83% "경쟁력 약화"
"법치주의 근간 흔드는 입법"
경제계가 국회의 '노동조합법 개정안' 심의 중단을 강력하게 요청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업과 국가 경쟁력이 심각히 저하되고 '파업만능주의'를 만연시켜 산업 현장 혼란이 야기된다는 이유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도 “법치주의 근간을 흔드는 입법”이라며 반대 입장을 재차 표명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6단체는 20일 국회 소통관에서 '노동조합법 개정안 심의 중단 촉구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경제계는 공동성명에서 야당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개정안을 통과시킨데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했다. 경제6단체는 “개정안은 사용자와 노동쟁의 개념을 무분별하게 확대해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닌 기업까지 쟁의대상으로 끌어들여 결국 기업과 국가 경쟁력을 심각하게 저하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제계는 “개정안과 같이 사용자 개념을 확대하면 '원청사업주'에게 하청근로자에 대한 사용자 지위를 강제하게 하고, 계약 당사자가 아닌 원청 대기업을 노사관계 당사자로 끌어들여 쟁의대상자를 확대해 민법상 당사자 관계 원칙을 무시하고 도급체제를 무너뜨릴 것”이라고 밝혔다.
또 “개정안이 노동쟁의 범위를 무리하게 확대해, 노동조합이 고도의 경영상 판단, 재판 중인 사건까지 교섭을 요구하고 파업을 한다면, '파업만능주의'를 만연시켜 산업현장은 1년 내내 노사분규에 휩쓸릴 것”이라 지적했다. 아울러 “개정안은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제한해, 불법파업을 조장하고 확산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경총은 노동조합법 개정안에 대한 주요 기업 대상 긴급 설문조사에서 '모든 기업은 노동조합법 개정이 기업의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매우 부정적 83.3%, 부정적 16.7%)이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도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노조법 개정안' 관련 “법치주의 근간을 흔드는 파업 만능주의가 우려되는 입법”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노사관계와 국민경제 발전을 위한 방향이 무엇인지 국회가 다시 한 번 신중하게 고민해 주기를 간곡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그는 “개정안은 '실질적·구체적 지배·결정'이라는 추상적 표현으로 근로계약 관계가 없는 원청사업주에게 노동조합법 상 사용자로서 모든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면서 “사용자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구체화되지 않아 원청은 자신이 하청노조의 단체교섭 상대방인지, 단체교섭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등을 예측할 수 없어 법적 안정성이 저해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용자가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았을 경우 형사처벌을 받게 돼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도 위반된다”면서 “단체교섭의 장기화, 교섭체계의 대혼란, 사법 분쟁 증가 등 노사관계의 불안정 및 현장의 혼란만 초래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이 장관은 “개정안은 노동조합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만 민법상 손해배상 원칙의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면서 “불법행위 책임에 대한 중대한 예외를 노동조합법에 규정하는 것은 법체계상 맞지 않고,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자보다 가해자를 더 보호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고 비판했다.
지난 15일 환노위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노조법 개정안은 21일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여소야대 국면과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움직임을 고려하면 본회의를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