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K-스마트건설'을 꿈꾸는 건설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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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기 원장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박승기 원장

우리나라 고속성장을 견인한 산업 중 하나였고 어느 순간 위험하고 힘든 3D 분야로 저평가됐다가 지금은 첨단 융복합 기술을 기반으로 '스마트'한 재도약을 꿈꾸는 산업이 있다. 바로 건설업이다.

땅을 파고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흙먼지 날리는 공사 현장으로 대표되는 건설업의 일반적 이미지는 첨단이나 스마트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그러나 인공지능(AI), 정보통신기술(ICT), 로봇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용한 자동화·지능화 시대를 맞아 건설산업은 '스마트 건설'로 변모하기 위해 빠르게 새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스마트 건설이란 인력과 경험에 의존했던 기존방식에서 벗어나 설계부터 시공, 유지관리까지 건설 분야의 전 단계에 건설정보모델링(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AI, 드론, 로봇 등 최첨단 기술을 적용해 생산성과 안전성, 품질 향상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특히 고령화로 인한 근로자 부족, 안전사고로 인한 인명 손실, 건설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문제 등 건설 관련 주요 이슈도 자동화 및 무인화, 디지털 현장관리, AI 기반 재난·재해 저감기술 등을 활용하는 '스마트 건설'로 그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이미 2010년대부터 미국, 영국 등에서는 BIM을 필두로 건설기술의 디지털화를 위해 건설산업 혁신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미국의 'e-Construction'을 비롯해 영국의 'Construction 2025', 일본의 'i-Construction', 싱가포르 'Virtual Singapore' 등이 대표적이다. 페이퍼리스, 모듈화, 데이터 개방, 플랫폼 구축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해 건설산업 디지털화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인 언스트앤영(Ernst&Young)의 분석에 따르면 해외 스마트건설시장은 연 26% 성장(전체 건설시장의 3.7%)할 것으로 전망되며 시장 선점을 위한 글로벌 기업간 경쟁도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흔히 스마트 건설의 사례를 설명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예시가 BIM과 모듈러 기술이다. BIM을 활용하면 기존의 2차원 평면도면보다 입체적인 3차원 디지털 가상 공간에서 구조물을 설계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비정형적이고 어려운 구조물도 더 손쉽게 설계하고 시공할 수 있다. 모듈러 기술의 경우 표준화·규격화된 모듈형 주요 부품이나 자재를 공장에서 미리 만들고, 이를 현장으로 바로 가져와 레고 블럭처럼 조립하는 것으로 생산성은 높고, 사고 위험은 낮아 시공 단계에서 주목받는 기술이다.

이 외에도 스마트건설은 요즘 건설사들의 큰 관심사인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첨단기술도 포함하고 있다. 스마트 태그로 근로자들 위치와 작업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위험 감지 센서로 붕괴나 가스 폭발 위험으로부터 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드론이나 로봇을 활용하면 추락위험이 높거나 사람이 직접 진입하기 어려운 곳에서도 공정 진행이 가능해진다.

전 세계가 '스마트 건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지금, 우리나라도 정책지원과 대형 연구과제 발주 등으로 발빠른 대응을 하고 있다. 건설업은 발주자로부터 주문을 받아 생산활동에 착수하고 구조물 등을 완성하여 인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인프라시설 관련 기술은 국민 삶의 질을 향상하는 공공재이자 공공서비스이며, 국가 주도의 표준화와 기술 실증이 뒷받침돼야 하는 특성이 있어 '스마트 건설' 기술은 정부와 공공부문의 지원이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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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 2018년 11월 건설 생산성 및 안전성 향상 등을 목표로 '스마트건설 기술로드맵'을 수립했고, 2022년 7월에는 2030년까지 건설 전 과정 디지털화를 위한 '스마트 건설 활성화 방안'을 마련한 바 있다.

이러한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국토교통 연구개발사업을 관리하는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은 지난 2020년 총 사업비 2000억원, 연구진 1000명이 참여하는 '스마트건설기술개발 국가R&D 사업'(한국도로공사 주관)을 통해, 도로 건설장비 자동화, 스마트 안전 확보 기술, 디지털 기반 설계-제작-시공, 디지털트윈 기반 건설현장 관리 등 관련 기술을 개발 중이며 향후 실증도 진행할 예정이다. 또 기반시설 첨단관리, 터널 굴착 시공 자동화(TBM:Tunnel Boring Machine), 공동구 성능개선, 고위험 건설기계 성능평가 등 건설 인프라 분야 기술개발에 2023년 535억원을 투자할 계획으로, 건설산업의 스마트화와 관련된 수요 발굴 및 사업기획에도 매진하고 있다.

한편, 우리 기업들도 건설 현장 시공관리 자동화 플랫폼, IoT 기반의 현장 안전관리시스템, 드론을 활용한 현장 계측 및 관리, 건설장비 자동화 시스템 등 설계·시공 및 유지관리 전 분야에 스마트 건설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스마트 건설'은 아직 초기 단계이다. 스마트 건설이 일반화돼 건설현장에 다양하게 적용되고 상용화되기까지 '정부와 공공분야에서 건설산업의 디지털화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얼마 전 국토교통부는 스마트 건설의 조기 활성화를 위해 시공기준과 공사비 산정 기준을 마련하고 각종 절차도 간소화하는 등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수립 중인 제2차 국토교통연구개발 종합계획(2023년~2032년)에서도 스마트 건설을 브랜드 과제 중 하나로 이 분야에 지속 지원할 예정이다.

첨단 융복합 디지털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건설' 이 건설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 등에 기여하는 차세대 신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기술개발 및 실용화를 위한 집중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나라의 건설업이 부위정경(扶危定傾, 위기를 기회로 삼는다)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K-스마트 건설'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국민적 관심과 지원을 기대해본다.

○…박승기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장은

1963년 출생해 연세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기술고시 29회로 1994년 공직에 입문했다. 미국 퍼듀 대학 토목공학 석사·박사학위를 취득해 토목과 건축을 모두 아우른 흔치 않은 이력을 가졌다. 국토교통부에서 주택정비과장, 도시재생과장, 동서남해안내륙권발전기획관, 행복도시건설청 공공건축추진단장, 건축정책관 등을 역임하며 건설, 도시·주택 및 건축, 도로·하천 등 인프라, 기후변화 대응 등 국토 교통분야 기술 및 정책 전반에 대한 풍부한 경험을 갖췄다. 2021년 12월 취임한 박 원장은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국토교통 분야 현안을 해결하고 미래 먹을거리를 창출하는 국토교통R&D 사업을 광범위하게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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