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는 디지털플랫폼정부 도입을 기본 방향으로 잡고 로드맵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다음 달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확정할 계획이다. 기업은 물론 우리 사회 곳곳에 디지털전환이 빠른 속도로 깊숙이 파고들고 있지만 정부만 유독 느림보 걸음이었는데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전자정부를 선도적으로 추진, 다른 국가들로부터 찬사를 받기도 했다. 유엔은 2002년부터 2년마다 193개 전체 회원국 대상으로 각국의 전자정부 발전지수를 평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0년부터 3회 연속 1등을 했지만 2016년에는 2개 분야에서 3, 4위로 추락했다. 2018년과 2020년에는 1위에서 3위 사이로 회복하는 듯하다가 2022년에는 3위에 머물렀다. 평가를 잘 받기 위한 것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평가를 무시해도 안 된다. 유엔 평가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전자정부 추진에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기임은 분명하다.
이를 위해 대통령 직속으로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를 꾸린 것은 시의적절해 보인다. 그런데 디지털플랫폼정부위 홈페이지에 있는 디지털플랫폼정부의 개념과 특징을 보면 정의가 분명하지 않고 두루뭉술한 느낌을 준다. 지금까지 추진해 온 전자정부와의 차별성을 확실하게 보여 주지 못하고 있다. 개념이 분명하지 않으면 목적과 방향이 틀어지기 쉽다.
개념을 분명히 하기 위해 전기자동차를 참고하면 어떨까. 자동차는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발전하고 있다. 현재 대부분 전기차는 기존 내연기관의 엔진을 모터로 교체하고 배터리를 기존 차체에 구겨 넣은 형태인데 최근 자동차 회사들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새롭게 만들어서 쓰고 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사용하면 모듈화 설계와 조립이 가능하며, 내부 공간을 원하는 대로 디자인할 수 있게 된다. 소형에서 대형까지 모두 적용이 가능하다. 현대자동차 그룹의 경우 동일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기아 전기차에도 공통으로 사용하고 있다.
정부·공공기관 숫자가 1118개이고 운용하고 있는 정보 시스템이 1만7060개에 이른다고 한다. 표준화를 추진·적용하고 있지만 방대한 전체 시스템에 모두 적용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동안 추진한 전자정부 정보 시스템은 대부분 기존 내연 자동차를 전기차로 개조한 것과 유사하며, 제각각이라고 볼 수 있다. 모델별로 독자적인 차체여서 호환성이 떨어지고 비효율적이다. 모든 정보 시스템을 물리적으로 하나의 플랫폼 위에 수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디지털플랫폼정부에서는 개념적으로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본다. 디지털플랫폼정부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과 유사하게 모든 형태의 정부 정보 시스템을 수용하여 유연하게 상호 연동이 가능하게 할 수 있다.
우리가 사는 현실 세계의 모든 것은 원래 아날로그 형태다. 인간이 컴퓨터를 발명하면서 디지털 세상이 열리게 되었다. 디지털화된 정보는 가공·처리·이동·저장이 매우 쉽다. 현재 전자정부는 모든 아날로그 자료를 디지털화해서 저장해 놓았다. 그래서 각종 서류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쉽게 발급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디지털 정보를 종이 위에 아날로그 형태로 다시 프린트해서 관공서에 제출하고 있다. 온전한 디지털화가 되지 못하고 있다.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도입해 종이 문서를 제출하지 않도록 추진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각기 다른 시스템이 만들어 내는 정보가 효율적으로 융합될 수 있어야 한다. 효율적인 융합을 위해서는 디지털플랫폼정부 모델이 제일 적합한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플랫폼정부에 거는 기대가 매우 크다.
임주환 한국통신학회 명예회장 chuhwany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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