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검색 데이터 접목 단점 보완
카카오 '카톡'에 AI 결합 효율성 높여
'뤼튼' 3개월 만에 15억개 단어 생성
AI 아바타 제작 '미버스' 글로벌 인기
챗GPT 열풍으로 차세대 인공지능(AI) 개발 경쟁에 속도가 붙으면서 국내 기업들간 '최초의 한국형 챗GPT' 타이틀을 두고 신경전이 거세다. 기존 일반적인 신기술 연구개발(R&D)과 달리 전례 없는 속도로 상용화에 나서고 있다. 대기업부터 플랫폼, 스타트업까지 뛰어들었다. 춘추전국시대에 접어든 국내 AI 시장에서 어떤 기업이 연구 단계를 넘어 일상을 혁신하는 '돈 버는 서비스'로 초기 무대를 장악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너도나도 경쟁…초거대 AI 서비스 범용성 확대 가속
챗GPT가 전 세계에 신드롬을 일으키자 국내 기업들도 AI 개발과 서비스 출시 경쟁에 뛰어들었다.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이 앞다퉈 움직이자 국내에서도 그간 AI 기초 체력을 다져온 네이버와 카카오가 발빠르게 청사진을 내놓았다.
네이버는 상반기 내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를 기반으로 검색 결과를 고도화한 '서치GPT'를 내놓을 계획이다. 자사 고품질 검색 데이터와 기술을 접목해 챗GPT 단점을 보완하고 한국어에 최적화할 방침이다. 어느 정도 검증이 이뤄지면 기업용 유료버전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는 한국어 특화 AI 언어 모델 'KoGPT'를 활용해 버티컬 AI 서비스를 기획하고 있다. 비용효율 측면에서 경쟁력 있는 서비스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카카오는 검색 엔진보다는 메신저 '카카오톡'에 AI 기술을 더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실제 카카오톡에서 입력한 일정을 관리해주는 '톡비서 죠르디'에 AI를 결합하면 '개인비서' 역할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양대 플랫폼 기업의 질주에 다급해진 곳은 통신사다. 이들은 우선적으로 상담사를 대체할 '인공지능 콜센터(AICC)'에 주목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올해 대화형 AI 서비스 '에이닷'을 정식 출시한다. 지난해 5월 공개했으나 아직까진 시범운영 단계다. SK텔레콤은 에이닷에 장기기억 기술을 도입하고, 텍스트뿐만 아니라 사진과 음성 등 복합적인 정보를 이해할 수 있는 '멀티모달' 기술도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수익화 모델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KT는 올 상반기 내 자체 개발한 초거대 AI '믿음'을 상용화할 계획이다. 현재 금융사와 'AI 고객센터' 구축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유플러스는 LG AI연구원의 초거대 AI '엑사원'을 고객센터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업간거래(B2B)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스타트업, 킬러 서비스 개발로 'AI 일상화' 주도
스타트업 도전도 주목된다. 초거대 AI 개발·운영에는 막대한 컴퓨팅 자원, 인적자원이 필수적이지만 기존 빅테크 기업들이 공개한 AI 모델을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이 초거대 AI 엔진 개발에 총력을 쏟고 있다면, 스타트업은 엔진 위에서 가동할 수 있는 일상 속 유용한 서비스 발굴에 한창이다.
AI 카피라이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뤼튼테크놀로지스는 간단한 키워드만으로 완성도 높은 문구와 글을 작성할 수 있는 '뤼튼' 서비스를 론칭했다. 출시 1개월 만에 가입자 3만명을 넘겼고, 3개월 만에 15억개에 달하는 단어를 생성했다. 아티피셜소사이어티도 유사 기능을 하지만 교육용 시장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AI로 영어 교육용 지문, 질문지 등을 생성한다.
직장인 커리어 플랫폼 잡브레인도 'AI 자소서 생성 서비스'를 지난해 말 시범 론칭했다. 오는 3월경 정식 서비스로 전환할 예정이다.
라이언로켓은 AI 아바타 애플리케이션(앱) '미버스'를 국내를 비롯해 해외 시장에 출시하면서 관심을 받고 있다. 얼굴 사진 1장만 올리면 3분 안에 여러 AI 아바타를 만들어 준다. 미국, 브라질, 인도 등에서 인기몰이 중이다.
유니드컴즈는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 솔루션 '킵그로우'를 개발했다. 최근 인스타그램 피드에 자동으로 AI가 포스팅해주는 서비스를 유료화했다. 지난해 네이버 D2SF 등으로부터 36억원 규모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스켈터랩스는 지난해 AI 챗봇 솔루션 'AIQ 챗봇'을 중소기업 대상으로 공급하기 시작했다. 개인맞춤형 챗봇 시나리오를 직접 기획하고 제작하는 서비스로, 정보 제공은 물론 공감 능력을 강화한 것이 강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올해 다양한 AI 서비스를 쏟아낼 예정이지만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며 “특히 AI 서비스는 클라우드 컴퓨팅 기반으로 작동하는 만큼 이에 대한 준비와 대응도 같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