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힌지' 부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힌지는 폴더블폰에서 본체와 디스플레이를 접었다 펼 수 있게 만드는 부품이다. 폴더블폰 내구성, 주름 깊이, 기기를 반으로 접었을 느낌 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삼성전자가 세계 폴더블폰 시장을 주도하면서 국내 힌지 기술이 세계 시장을 선도하지만, 미국과 대만도 빠르게 추격 중이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출시 예정인 갤럭시Z 폴드5에 '물방울' 타입 디스플레이 구조를 적용할 계획이다. 디스플레이가 물방울 모양으로 안쪽에서 넓게 말려 붙여진 이름이다. 물방울 타입을 적용하면 패널에 주는 스트레스와 주름 문제가 줄어든다. 폴더블폰 두 면이 완전히 맞붙어 스마트폰 디자인도 개선된다.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두 면이 맞붙는 폴더블폰을 개발할 수 있었던 건 개선된 힌지 기술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1세대 제품부터 지난해 출시된 갤럭시폴드4·플립4까지 접히는 부분의 디스플레이가 살짝 뜨는 '유(U)자형' 구조를 채택했다. 힌지 기술의 한계, 내구성 등 때문이었다. 그러나 삼성은 힌지 중심축을 움직이는 새로운 힌지 기술로 앞선 한계들을 개선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은 폴더블폰에서 힌지 기술 중요성을 인식, 자체적으로 기술을 확보하고 생산을 외부 맡기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도 힌지 기술 확보에 한창이다. 샤오미, 화웨이, 오포, 비보 등 중국 제조사는 물방울 타입 디스플레이 구조로 접힌 두 화면 간 틈이 없는 디자인을 구현했다. 그러나 여러 각도로 폴더블폰을 세울 수 있는 '프리스탠딩' 기능은 아직 갖추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폴드5에 물방울 구조와 프리스탠딩 기능을 동시 구현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은 주로 미국 전자 부품 업체인 암페놀과 대만 AVC로부터 힌지를 공급받는 것으로 파악됐다. 암페놀은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시가총액 60조원 규모 글로벌 부품 기업이다.
국내에서도 힌지 기업들이 꿈틀대고 있다. 힌지는 과거 폴더폰 시절 널리 사용돼던 부품이었으나 휴대폰이 직사각형 모양의 '바(Bar)' 타입으로 진화하면서 관련 산업이 축소됐다. 그러다 폴더블폰이 차세대 제품으로 등장하면서 힌지 업계도 다시 꿈틀대는 모습이다. KH바텍은 오랫동안 힌지를 만들어온 회사로, 삼성전자의 폴더블폰 힌지를 공급하면서 다시 부상했다. 에이유플렉스도 떠오르는 벤처다. 에이유플렉스는 업계에서 유일하게 힌지 설계와 자체 제조 기술을 모두 갖추고 있다. 글로벌 다수 스마트폰 제조사, 디스플레이 기업과 개발 과제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폴더블폰뿐만 아니라 태블릿, 노트북도 폴더블로 폼팩터가 진화해 힌지 기술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디스플레이 조사 업체인 DSCC에 따르면 올해 구글, 원플러스 등 신규업체가 가세하면서 폴더블폰 시장은 전년보다 출하량이 33% 성장한 1700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도 20인치 초반의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져 힌지 '몸값'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