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해산물을 먹고 싶을 때 스마트폰으로 몇 번의 조회와 터치만 하면 '주문 즉시 당일 조업, 당일 발송'이라는 문구와 함께 하루 또는 이틀 뒤면 주문한 물건을 받아 볼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고도화된 물류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는 편리함을 누리며 살고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현재까지 택배업계의 치열한 경쟁, 종사자의 노력과 헌신, 수준 높은 소비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따라 물류산업의 관심은 배달산업에 집중되기 시작했다. 산업계와 투자업계는 퀵커머스, 로봇배송, 드론배송 등을 주시하고 있다. 이륜차 중심 배달산업이 공학 발전을 등에 업고 상상 이상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기대치가 크다. 그러나 배달산업 이면에는 이륜차 배달종사자의 교통준수 문제, 안전문제, 과도한 경쟁과 치솟는 배달료 문제 등이 있다.
이 때문에 사회적 시선이 곱지 않다.
정부 또한 사회적 문제에 대해 더 이상 업계 자율에 맡길 수 없다며 규제와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배달산업의 내부 문제는 크다.
분리형 배달대행 업계는 '콜수'로 불리는 배달 건수를 늘리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막대한 비용을 쏟아 부으며 지역 배달대행 사업자를 끌어 모으는 데 몰두하고 있다. 여기에 투입되는 비용의 상당액은 소멸성이다. 결국 분리형 배달대행 플랫폼사 대부분은 수년째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소규모 배달대행 플랫폼까지 경쟁에 가세하면서 업계 추산 50여개에 이르는 분리형 배달대행 플랫폼 업계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
그렇다면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 주문형 배달플랫폼 업계는 어떤가. 이곳 또한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거듭하고 있다. 단건배달 서비스를 앞세워 출혈을 마다하지 않는다. 출혈 경쟁은 그들만의 리그에서 끝나지 않는다. 단건배달을 시작하면서 가뜩이나 부족한 배달종사자 확보전이 시작된다. 자본력을 바탕으로 막대한 비용을 쏟아 부으며 분리형 배달대행 플랫폼 업체와 라이더 모셔 오기 경쟁을 펼친다. 주문형 배달플랫폼 또한 적자에 허덕이는 이유다. '이러다 다 죽어'가 현실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배달산업이 함께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배달산업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서는 공존(共存)의 가치 실현이 필요하다.
업계에 있는 각 회사는 각자의 특징과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 특징을 살려 그 분야에서 성장하며 공존하자는 가치만 지킨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대방의 고객을 빼앗는 행위는 하지 않을 것이다. 불필요한 출혈 경쟁 또한 상당히 줄어들 것이다.
공정(公正)도 필요하다.
우리가 스포츠를 관전하며 우승한 선수를 보고 환호하고 감동하는 이유는 공정하게 시합한 결과 그들의 노력과 열정에 대한 대가를 누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때로는 패배한 선수에게도 환호하고 감동한다. 비록 시합은 졌지만 규칙을 잘 지키며 최선을 다했기에 그의 공정한 시합 결과에 대한 아쉬움을 격려하기 위해서다.
배달산업은 불과 7~8년 사이 급성장하며 성과와 결과가 모든 것을 대변하고 있다. 업계에서 규칙은 애초부터 정해지지 않았고, 배려는 사치가 됐다. 배달플랫폼 회사가 수십억원을 들여서 지역 배달대행 사업자를 성장시키는 데 투자했더니 경쟁사가 해당 사업자에 불과 몇 억원을 쥐어주고 빼앗아 가기도 한다. 경쟁사의 자산임을 알고 있으면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주인도 모르게 낚아채기도 한다. 출발선의 위치가 다르고, 옆 라인의 선수를 밀치다가 때로는 침범해서 달리기도 하는 이러한 형태의 불공정 시합은 공멸만 초래한다. 지킬 것은 지키며 해야 할 의무는 다하는 공정(公正)의 룰만 지킨다면 적어도 공멸의 길은 걷지 않을 것이다.
꽃은 앞을 다투어 피는 것이 아니라 환경에 맞게 자리매김 돼 있다는 말이 있다.
자연계는 공정한 경쟁 속에서 상생의 공존을 유지한다. 배달대행 업계는 더 늦기 전에 공존과 공정의 가치를 실천해야 한다.
채헌진 로지올 대표이사 chj@logia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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